매거진 일상 시선

계절의 발자취를 쫓아

by 권씀

계절의 중턱에 있는 사람은 나지막이 과거를 이야기하며 미래를 살아야 한다고 하고 계절의 초입에 있는 사람은 아련히 미래를 이야기하며 과거를 상기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그들에겐 현재란 없을 시간의 분류일까. 나는 현재를 살기 힘들어 숨을 내뱉기만 하는데 삼키라는 이의 말은 그저 한낱의 바람인 걸. 계절의 발자취를 쫓아 바지런히 발은 놀리는데 왜 이리 숨은 짧은 건지.


배꼽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목구멍으로

목구멍에서 혀끝으로


숨의 맛은 쇠맛일까 아니면 피맛일까. 숨이 혓바닥 위 맴맴 돌다 혀끝에 걸리면 그제야 숨을 푸푸 내쉰다. 힘 빠진 다리를 적당한 곳에 걸쳐놓고 노을을 기다리는데 울컥거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왈칵 눈물을 쏟아낸다. 그래 오늘은 바다를 보러 가야지. 바다는 늘 말없이 내 말을 받아주니까. 한껏 웅크리다 힘에 부쳐 널브러져 버린 무언가가 정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바다로 향해야지.


계절을 수놓는 꽃잎은 이제 자리를 바꾸고 어느새 초록빛 물결이 슬며시 밀려온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엔 초록의 생이 새로이 돋아나는 것처럼 당신과 나에게도 그런 새로운 생이 돋아나겠지. 그렇게 아물어 가겠지. 여태껏 그렇게 살갗이 쓸리고 베여도 잘 아물어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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