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파도가 들이닥치는 날이 되면 걷곤 했다
마음속 자리 잡은 것들은 바위처럼 단단하지가 않아서
일렁이는 파도에 이내 잠겼다가 가라앉았다가 다시 쓰리기 마련이었다
그런 날이 되면 하릴없이 걷곤 했다
등대같은 무언가가 내 어둑한 마음을 황히 비춰주었으면 하는데
도통 그럴 것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날이 되면
해가 쨍하면 쨍한대로 구름이 맺히면 맺히는대로
울적한 마음을 바짝 말릴 수가 없어서 하루종일 울컥거리곤 했다
그때 나는 따뜻한 밥 한끼라도 먹었다면 조금은 나았을까
유독 높은 파도가 일렁인 그런 날엔
발걸음도 나를 잡아채는 것 같아서
가던 길을 멈춰 한참동안이나 가쁜 숨을 내뱉곤 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 하나 없건만
마음 속 파도가 높게 일렁이는 날이면 또 걷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