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이어트는 살과의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관계 다이어트이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 처음 맺는 관계는 가족이 될 것이고 그다음에는 친족과의 관계. 조금 자라면 친구, 친구의 친구가 일렬이 아닌 거미줄처럼 펼쳐진다. 거미줄 위에서 뜀박질을 하기도 하고 때론 엉키기도 하고 매듭을 도저히 지을 수 없을 때는 주변인들의 도움을 구하거나 나 스스로 어떤 결론이든 짓게 된다.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공동 사회가 있어야 하고 그 사회는 학원, 학교, 종교 시설 등의 테두리 안에서 대개 이뤄진다. 신체의 2차 성징과 맞물려 첫 번째 단원에 해당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서투른 부분이 익숙한 부분보다 많고 이성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이 관계를 짓는데 많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개인의 가치관도 성장하는 때이기에 어느 정도 마음 맞는 사람을 찾고 어울리게 되는 시기이다. 관계 다이어트의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사회에 나오면 사회인으로서의 관계가 새로이 정립된다. 초·중·고를 지나 대학교에 입학하고 사회에 발걸음을 딛는 시기. 나는 이 시기를 사회적 2차 성징이라 명하고 싶다. 관계 다이어트를 한 번 해봤기에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회사에 입사해서도 같은 결의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정말 같은 결은 없어도 공통의 관심사, 취미,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 등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첫인상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 또 같이 프로젝트(또는 과제)를 진행해보며 상대의 성향에 대해 배워가는 시기이다.
관계 다이어트라는 건 한번 데이거나 화가 나거나 서운한 일로 말미암아 이뤄진다. 살면서 속상한 일이 한 번도 없을 수는 없지만 그 서운함이 관계에서 비롯된다면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서운함이 반복되면 화로 바뀌고 원망을 하기 마련이니까. 결국 '내 잘못인가?'로 귀결되곤 하는데 그 과정이 여간해선 견뎌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술에 살짝 기대기도 하고 주변인들에게 고민을 토로하기도 하고. 다시 나아질 관계라면 내 손을 내밀거나 상대가 손을 내밀 때 잡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관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다이어트를 결심할 때 허리띠 꽉 졸라매고 이를 악문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불어난 관계라면 그 관계의 허리쯤에 있는 띠를 꽉 졸라매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잡아서 괴롭거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관계가 있다면 관계 다이어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좋아하거나 나를 좋아하는 이들만 내 곁에 남겨두기에도 벅찬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