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괜히 생각이 나지

by 권씀

비가 올락 말락한 날씨엔 괜히 생각이 나지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럴싸하잖아

비 오진 않는데 비 올 것 같은 날씨엔

이만한 것도 없지 않겠냐고 말이야

그래 핑계라 하자

하루종일 방에 박혀있다 기지개를 켜고

집 앞 놀이터에서 불을 붙여

입이 심심한데 배는 안 고프고

뭐라도 물고 있으면 좀 나을 것 같거든

대화할 사람도 없는 그런 날이라

입에 뭐라도 물고 있어야 좀 나을 것 같거든

그럴싸한 핑계일지 아님 되도 않은 변명일진 모르겠다

기름 떨어진 지포 라이터에 기름을 채운 뒤에

부싯돌을 당겨 담배에 불을 붙이고서도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바라봐

오늘따라 중력이 무척이나 강해

빛도 삼킬만큼 무거운 마음이 라이터 불에 타오를까

괜히 생각이 나지

중력이 무척 강하게 느껴지는 이런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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