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어떤 대화

by 권씀

사는 게 말이야. 너무 막막할 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무나 붙잡고 내 마음을 쏟아내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 나만 해도 그래. 이 일을 하게 된 건 우연이었지만 이제 필연이라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데 대개 그래. 나이 든 아줌마들은 자식 걱정. 자식 걱정이 먼저더라고. 남편이야 애초의 남의 집 아들래미인데 낳은 자식은 다르잖아. 열달 꼬박 배에 품고 낳은 자식인데 커가면서 부침 있고 다 커서 힘들어하면 얼마나 애가 타겠어. 난 그래. 여름이면 물에 가지 마라. 겨울이면 딛는 땅 미끄러운 거 조심해라. 그 말을 한다지만 엄마들 마음은 그게 아니잖어. 뻔한 말이지만 "잘 될거다. 그 걱정 곧 없어질 거다." 라고 하는게 듣는 말이라도 좋으라고. 또 내가 그 걱정 덜어주고싶어서 그러는 경우도 왕왕 있지. 무당이 뭐 별건가. 남 고민 들어주고 다독이고 모시는 신한테 기도 잘 드리고 그거지. 그냥 이게 내 직업이니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심으로 충실히 성실히 간절히 하는 경우도 꽤 된단 말이지. 나? 난 그냥 어중간하진 않은데 중간치기는 하는 것 같어. 우리 할아버지한테 구구절절히 나도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나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픈 사람들이 있을 거잖아? 그 사람들이 우선이야. 나야 내 기도 드리고 정성드리면서 할아버지한테 안부인사드리면 되는데 뭘.


속엣말이 너무 많은데 담을 그릇이 부족하면 속병이 나더라고. 당신이 가진 마음 그릇이 부족한 게 아니야. 다만 속엣말이 너무 많이 생겼을 뿐인거지. 보자 보자. 그래. 얼마나 힘들었어. 얼마나 속앓이 했어. 그 마음 누가 알어. 나도 몰라. 당신도 몰라. 그걸 다 헤아리면 복장 터지지. 아무렴. 지푸라기를 잡는답시고 굿을 하려고 들지 말어. 굿을 해서 뭐해. 그저 좋은 음식 먹고 좋은 풍경 보면 되는 거지. 안 그래? 좋아하는 게 뭐야. 그냥 걸어도 괜찮어. 가끔은 뛰어도 되고. 길에 핀 꽃도 보고 그렇게 살면 되는 거야. 깃발 하나 뽑아. 어떤 깃발이 뽑히는지 보자고. 흉한 건 떨치고 좋은 건 들이고. 귀에 설은 건 듣지 않게. 마음에 쌓인 건 잘 풀리게. 그렇게 되도록 깃발을 뽑아보자고. 노란 녀석을 뽑았구만. 그래. 먼저 저 세상 가신 어른들이 돌와줄거야.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될 거고. 하나 더 뽑아봐? 보자. 보자. 어떤 색이 뽑힐 지 뭐가 좋을런지. 그래. 깃발도 깃발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그래.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지. 걱정 말어. 잘 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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