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라 8시까지 넉넉히 잠을 자고 싶었는데 근육통이 오는 바람에 7시쯤에 눈이 떠졌다. 어제 기침을 반복해서 그런지 목에 상처가 난 것 같이 아팠다. 아침을 먹던 중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열이 오르는 것 같아서 체온을 쟀다. 38.2도!
먹던 밥을 잠시 멈추고 해열제를 먹었다. 그렇게 멈춘 아침밥은 입맛이 없어서 12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다행히 열은 해열제 두 알이 해결해 줬다. 이런 흐름은 어제 오전과도 같았다.
어제도 오늘도 오전이 제일 힘들었다. 근육통에 기침, 가래, 두통, 열까지 종합병원처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났다. 이비인후과에서 처방해 온 약이 오늘 저녁만 먹으면 없어서 신청했다. 어제 보건소에서 재택 치료자 진료 안내 문자를 받았다. 일반관리군 24시간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를 안내해주는 문자였다. 나는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전화를 해 약 처방을 부탁했다. 병원에서는 현재 내 증상을 자세하게 물어보고 병원 1층 약국에 2시까지(일요일이어서) 오라고 해서 남편이 대리처방을 해왔다.
점심 이후부터 서서히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영화도 봤다. 그것도 두 편이나 ㅋㅋ 물론 기침과 가래는 여전히 있었지만 횟수가 줄었다. 나는 영화 하나를 고를 때면 책을 선택할 때만큼이나 신중해진다. 이유는 영화에서 본 자막과 음악의 여운이 며칠을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감동을 주는 영화를 선택하려고 한다. 영화를 고르는데 안 본 지 무척 오래됐다는 걸 알았다. 사는 게 뭐가 그리 바빴는지 나에게 제대로 된 휴식조차 주지 않은 듯했다.
여러 가지 영화 중에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라는 재미난 로맨스 영화와 그 유명한 '노트북'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됐다. 사람들이 왜 '노트북'영화를 몇 번이나 보는지 오늘에야 알았다. 결론은 오늘 영화 선택은 대만족이었다 ^^
저녁 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다.
증상이 나쁘지 않으면 자가격리 기간은 어느 주부와 엄마들에게는 특별휴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
적어도 나는 그렇다. 매일 집안 일과 가족의 모든 것을 신경 쓰다 보니 오롯이 내 시간이 거의 없었기에, 가족이 직장과 학교를 가도 뭔가 부지런히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자주 봤기에~
내일은 어제와 오늘보다 더 좋은 컨디션이 나에게 찾아올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그러면 남은 시간을 나만의 특별휴가로 생각하고 잘 보내줘야지!
( 조금 살만하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