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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단 Dec 10. 2022

엄마표 호떡

너는 호떡이냐 호빵이냐

추운 겨울 서민들의 최애 간식을 꼽으라고 한다면 호떡과 붕어빵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붕어빵을 파는 곳은   있지만 호떡을 파는 곳은  없다.

그래서 호떡을 만들기 위해 없는 실력 한번 발휘해 봤다.


"엄마, 완전 맛있어. 파는 것보다 훨씬 나은데"

지난 주말 오랜만에 호떡을 구워준 엄마에게 엄지척을 보내는 아이들의 반응에 흥이 났다. 아이들의 엄지척은 몇 년 전 만들었던 실패작 호떡 앞에서 좌절했던 기억을 단번에 날려주었다.  

'별거 아니네. 레시피가 그냥 있는 게 아니었어 ㅎ'


다음에 또 해달라는 아이들의 말이 일주일간 머릿속을 떠다녔다. 생각난 김에 이번에는 호떡믹스 네 개를 사 왔다.

옥수수 믹스 둘! 찹쌀 믹스 둘!

오늘은 두 가지 종류의 믹스를 하나씩 사용하고, 두 개는 다음에 만들기로 하고 따로 쟁여놓았다.



레시피에 있는 물 양을 지키고, 순서대로 재료를 넣고, 반죽을 만들었다. 다행히 지난주에 했던 경험치가 도움이 됐는지 오늘 호떡은 모양도 빛깔도 더 먹음직스러워졌다.(다만 두 개가 터져서 꿀이 흘러나왔지만 ㅋㅋ)


약불과 중불을 오가면서 하나씩 구워낼 때마다 고소한 냄새가 주방과 거실을 가득 채웠다.

지지지지지지.....

다 구웠다.


그런데 너는 호떡이냐 호빵이냐!

구워지면서 호떡이 점점 부풀어 호빵이 되나 싶었다. 모양을 더 납작하게 눌렀어야 했는데 ㅎㅎ

but


"오~~ 엄마, 모양이 지난번보다 잘 나왔네."

"그래? 먹어봐 봐"

"...."

"어때?"

"완전 꿀인데, 지난번보다 설탕이 더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맛있어."

"그래? 이것이 일명 엄마표 호떡이라고 들어봤나?"

"엄마표 호떡? ㅋㅋ "

고등 아들의 기분 좋은 반응에 또 한 번 기분이 들썩인다. 기분을 이어 동생들과 함께 나누는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2주 연속 호떡 구었네 ㅎ 아이들이 잘 먹어 ㅎㅎ 구우면서 부풀어 올라서 호빵이 되는 줄 알았어 ㅋㅋ '

'ㅎㅎ 장사해라. 이쁘게 잘 만들었다. 꼬마호떡'

'호떡장사 ㅋㅋ'


나는 10년 전 처음 호떡을 만들다가 실패한 이후 좀처럼 아이들에게 호떡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그 뒤로 대부분 겨울 한철 거리에서 파는 호떡을 가끔 사줬을 뿐. 

그런데 지난주에 마트에서 우연히 호떡믹스 레시피를 보다가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다행히 맛나게 먹어주는 아이들을 보고 용기 내기를 잘했다고 셀프 칭찬을 해줬다.


이번에도 반응이 좋았기에 당분간(동네에 호떡장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호떡은 내가 만들어주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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