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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단 Dec 14. 2022

중2 딸의 기말고사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중2 딸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기말고사의 마지막 날! 딸은 이날을 위해 중2의 시간을 달려온 것처럼 기말고사를 덤덤하게 맞았다.


첫째 날은 영어, 과학, 기술가정

둘째 날은 정보, 국어, 도덕

셋째 날은 수학, 역사



딸은 이틀 동안 치른 시험 점수를 현재까지는 인정하는 상태다. 애정을 갖고 공부했던 과목은 결과가 잘 나오고, 그렇지 않은 과목은 점수가 낮다는 이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확실히 1학기 두 번의 시험과 2학기 중간고사를 대할 때보다 이번 시험을 대하는 모습에 여유가 보였다. 딸은 시험 두 달 전부터 공부 근육 키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을 앞두고는 카운트다운을 세면서 플래너에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갔다. 이런 딸을 보면서 오래전 나의 중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중학교 때 성적이 중하위권이었다. 부모님은 농사일에 바쁘셔서 언니와 나, 동생들의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나 역시 공부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다만 개별 평균과 반 평균이 내려가면 선생님께 손바닥을 맞는다는 말이 무서워서 공부라는 녀석을 놓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부반장과 반장은 공부를 무척 잘했다.


시험을 칠 때마다 서로 1, 2등을 다툴 정도로 경쟁심도 컸다. 친구들은 시험 마지막 날 점수를 체크하고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점수가 나오면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다.

'평균 90점 이상 맞았는데 왜 울지? 한두 개 틀린 게 저렇게 속상한 일일까? 6, 70점 맞은 나도 안 우는데... 그나저나 나는 언제 90점 이상 맞아보려나...'

나는 그 당시 친구를 위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만 감히 넘볼 수 없는 친구의 점수를 부러워하기만 했다.


딸은 나의 중학교 시절과는 다르게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은 아이다. 딸이 이런 욕심을 내기 시작했던 건 초등 5학년 2학기 때였다. 어느 날 학교에서 수학 시험을 쳤는데 비가 쏟아지는 자신의 시험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였다.



딸은 영어와 수학 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과목별 예습. 복습과 함께 책도 매일 정한 분량을 읽었다. 중학교에 와서는 공부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버가 썼던 플래너를 구입해 매일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다. 시험이 없는 1학년 때도 테스트 개념으로 틈틈이 쳤던 시험도 성실히 준비했다. 그리고 몇 달 전 수학학원 시스템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걸 검증하고 학원을 끊었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 준 것뿐이었다.

  

딸은 시험이 시작된 중2 때 본격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해 볼 기회를 만났다. 하지만 첫 시험에서 자신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속상해했다. 나는 그런 아이에게 위로 겸 응원의 말을 전했다.


"애썼네. 점수가 생각한 것만큼 나오지 않아서 속상하겠지만, 올라갈 계단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 너는 앞으로 잘할 거야. 아직 기회는 많이 있으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하지만 딸은 이런 나의 응원이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엄마! 엄마는 왜 이것밖에 못했냐고 혼을 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안 그래? 다른 엄마들은 이런 점수받아오면 엄청 뭐라고 하는데 엄마는 안 그러니까 오히려 내가 서운하려고 그래."


"엥? 그래? 그런데 엄마가 이미 나온 결과를 가지고 혼을 낸다고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잖아. 점수 가지고 혼 내면 너 기분만 더 안 좋아질걸. 엄마는 결과보다 매일 열심해했던 너를 아니까 불안하지 않아. "

딸은 나의 마음을 알고 나서는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공부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물가로 데려가도 소가 먹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 원리를 첫째인 아들을 키우면서 깨달았다.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가까운 엄마들이 초등학교 때는 공부의 흥미가 없어서 엄마가 끌어줘야 한다는 말을 정석으로 받아들이고 아이를 이끌었다. 그것이 중2학년까지 이어오다가 어느 날 공부 때문에 아이와 크게 다퉜다. 그 결과 아이와 나는 오랜 시간 감정이 상한채 서로를 불편하게 느꼈다.


그 이후 나는 큰 아이의 공부에서 마음을 내려놓았다. 첫째여서 초등학교 시절 학원을 보내고, 선생님을 붙이면서 나름 공부를 시키려고 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큰아이에게 들어간 사교육비와 앞부분만 끄적였던 문제집이 몇 권이었는지 모른다. 결국 아들은 중3 졸업 무렵 특성화 고등학교를 선택했고,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하면서 진로를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공부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아들과 딸을 보면서 공부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되지 않으면 아이도 부모도 서로 지친다는 걸 더 깊게 알게 됐다.


오늘은 그동안 애쓴 딸을 위해 가족에게 저녁에 외식을 하자고 해야겠다. 메뉴는 딸이 좋아하는 샤브샤브와 월남쌈으로 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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