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단 Jul 11. 2021

남편이 뿔났다(1)


“나 오늘 저녁 안 먹어”

“엥! 왜?”

남편은 퇴근하고 씻고 나서 저녁을 준비하는 나에게 말했다.

“어제 말했잖아. 운동하는 사람이 식당 개업한다고”

“그랬나? 그렇구나. 그런데 자기야 코로나 상황이 너무 심각한 것 같은데 안 가면 안 될까?”

(수용해주길 기대했다)


“어떻게 그래? 간다고 했는데. 같이 갈 사람들하고 얘기도 다 됐는데”

(취소하면 되지. 그게 뭐 어렵나)


“어제, 오늘 뉴스 보니까 상황이 안 좋더라고”

“그럼 가지 마?”

(퉁명스럽다)


“응. 나는 가능한 한 안 갔으면 좋겠어.”

“…”

그리곤 아무 말이 없는 남편,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개업하시는 분께는 미안하다고 와이프가 상황이 이래서 안된다고 했다고 말해. 그럼 그분도 이해하지 않을까?”

“그럼 전화 바꿔줄게. 말해”

(헐)

“내가? 자기가 직접 하면 되지. 전화까지 바꿔”


이미 심통이 났다. 남편은 폰을 들고 다른 방에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끝나고 방문을 열고 나온 남편은 화가 난 얼굴로 간식 통에 담긴 롯*마트 1+1 강냉이 과자를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마누라한테는 뭐라고 할 수 없으니 죄 없는 과자에게 화풀이를 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도 오늘은 양보할 수 없었다. 확진자 500명 대에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허락했던 내가 최근 아이들의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다행히 중2학년만 검사대상이고 1, 3학년은 현재 제외된 상태라 우리 아이들은 해당이 없었다) 최근 다른 때보다 더 자주 여러 차례의 안전문자를 받다 보니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남편은 태연하게 이런 내 심정은 모르고 개업 식당에 간다고 하니 흔쾌히 승낙할 수 없었다. 저녁을 차려주고, 설거지를 하고, 잠자리를 정리하는 동안 남편은 말 한마디가 없었다. 많이 삐쳤나 보다 생각하고 이해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도 말없이 TV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남편! 이제는 내가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 화가 났다. 남편 입에서 먼저 상황이 좋지 않아서 안 가야겠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었나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좀 화가 나네. 자기가 먼저 상황이 좋지 않아서 안 가야겠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 일이 자기가 말하기 싫을 만큼 화가 나는 일이야.”

“…”

여전히 말이 없다.

윽~~~~~~


나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뿔이 단단히 난 모양이다. 이런 남편을 보면서 아직 철들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어도 자기 때문에 불편한 가족의 마음을 헤어리지 못하는 남편이 오늘은 조금 밉다.


내일 아침이면 조금 달라지려나? 이럴 때 감정 분리가 필요한 시점. 나는 퇴고를 하고, 책을 읽고, 에니어그램을 공부를 하고 하루를 마쳤다.

작가의 이전글 기적 같은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