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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단 Jul 10. 2021

기적 같은 만남

처음만큼 마지막 흔적도 중요함을 일깨워 준 시간




만약 평범한 일상 중에 오래전에 가까이 지냈던 사람을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났다면 어떨까?

나는 백만분의 일의 확률을 안고 있을 이런 만남을 기적 같은 만남이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친동생이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사전점검 마지막 날 함께 동행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 들어가 수다를 떨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우리 앞자리에 앉아 있던 마스크를 쓴 여자분이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귓속말을 건넸다.


"혹시 000 씨 아니세요?"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그때 나는 순간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러나, 아님 우리가 너무 목소리가 커서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동생은 혹시 무슨 부탁을 하려고 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다.


"언니, 저 000예요. 예전에 00 교회 청년부 때 만났던 000요."

헐~~


나는 그 순간 아주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놀라기도 했고, 내가 그 교회를 떠나온 지 근 2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것도 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서로 연락을 하지 않은 사이였기 때문이다.


"어머, 이게 웬일이니? 어떻게 우리가 여기서 만날 수 있어? 너, 이 동네 살아? 여전히 00 항공 승무원으로 다니고 있고? 어머! 너무 반갑다."

"그러게요. 언니! 너무 반가워요."


우리는 서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 동네 살아요. 아까부터 언니인 것 같아서 계속 주파수를 보냈는데 못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확인해보려고 이름 여쭤봤는데 맞네요. 너무 반가워요. 어떻게 여기서 보는지 저도 너무 놀랐어요."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단 서로의 연락처를 물어보고 가까운 날 만나자고 말하고 헤어졌다.

이 후배는 내가 20대 때 교회 청년부에서 알게 된 친한 후배이다. 서로 마음이 잘 통해서 후배가 나를 잘 따랐다. 그 당시 후배는 모 항공사 승무원 입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은 직장 다니면서 초등, 중등 남매를 둔 엄마로 지낸다고 했다.


이날 식당을 나오면서 동생이 하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언니, 정말 신기하다. 이런 거 보면 사람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것 같아. 그래서 살면서 마무리도 잘해야 되는 것 같아."


나는 이날 만남을 통해 정말 사람은 처음 만남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마지막 헤어짐의 흔적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이 후배와 과거에 안 좋은 기억을 서로 안고 있었다면 후배는 나를 보고 모르는 척하고 자리를 떴을 것이다.


나는 다음날 후배와 장문의 톡을 서로 주고받고, 가까운 날 만나기로 했다. 후배를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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