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단 Jul 11. 2021

남편이 뿔났다(2)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출근한 거야? 이렇게 빨리? 아침도 안 먹고? 단단히 삐졌나 보네. 어쩔 수 없지. 뭐.’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마치고, 아침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갔다.

그런데 몇 분 뒤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나야. 회사에 아침 일찍 처리할 게 있어서 빨리 나왔어.”

“아니잖아. 어제 일 때문에 나 보기 불편해서 일찍 나간 거잖아.”

“아니야.”

“아니긴 뭘. 내가 자기랑 산 세월이 얼만데. 다 알아”

“… 미안해”

“…”


인정했다. 아침에 얼굴 보고 말하기 뭐 쓱해 전화로 한마디 전한다.

나도 화난 척 퉁명스럽게 해 본다.

“알았어. 아침 먹고 근무해”

“알았어”


남편은 자신이 잘못한 건 그날 바로 수긍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 집 남편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곤 다음날 출근해서 자신의 감정 전달의 최적화된 휴대폰을 통해 마음을 대신 전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남편은 한번 감정이 상하면 침묵이 며칠을 갔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요즘은 다음날이면 대충 풀리는 편이다. 그래서 예전보다 같이 살기는 조금 편해졌다.


어제저녁 전날 외출하지 못했던 남편 마음도 달래줄 겸 그이가 좋아하는 메뉴로 배달을 시켰다. 덤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도 같이 시켰다. 남편은 훈제 곱창볶음, 아이들은 선식당 볶음밥과 샐러드, 나는 둘 다 좋아해서 골고루 먹었다 ^^


이렇게 또 한 고개 넘고 나면 나도 남편도 한 뼘 자란 사람이 된다. ^^

작가의 이전글 남편이 뿔났다(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