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금빛 해가 해수면 위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깊은 바닷속 용궁에도 찬란한 금빛 햇살이 드리운다. 햇살의 따스함으로 바다에 온기가 스며들자 공주들도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가장 아름다운 막내 인어공주는 일어나자마자 아침 인사를 한다.
"엄마 아빠 잘 주무셨어요? 언니들 좋은 아침이에요."
언제나 그렇듯 아침인사를 하는 막내 인어공주의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는 용궁 근처에서 자고 있던 바닷속 생물들도 깨운다. 공주들이 모두 일어나자 용궁 주위도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막내 인어공주는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지만 며칠 전부터 내내 머리가 아프다.
그 이유는 바로 용궁 바로 위 해수면에 거대하게 만들어져 있는 쓰레기섬.
언제부터인가 해수면 위에 쓰레기가 쌓여 바다가 오염되어 가고 이상한 냄새도 나기 시작했다. 용궁은 아주 깊은 바닷속에 있어서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진 않았지만 지금은 쓰레기로 인한 오염물질이 용궁까지 침범하고 있다. 인어공주는 이 상황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순 없다. 어제는 용궁을 지켜주는 백상아리네 가족이 쓰레기를 잘못 먹어서 심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용궁도 이제 안전하지가 않은 것이다. 인어공주는 고민 끝에 쓰레기들을 다시 육지로 올려놔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빠, 요즘 용궁과 하늘을 가로막고 있는 쓰레기가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이대로 있다가는 용궁까지 오염되어 우리 가족 모두가 살기 힘들어질지도 몰라요. 이미 우리 바닷속 친구들은 쓰레기를 잘못 먹기도 하고 오염된 바닷물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와 우리 이웃을 지키기 위해 제가 한번 나서봐야겠어요. 제가 한번 열심히 해볼게요."
"그래, 우리 막내딸 대단하구나. 아빠가 도울 일 있으면 도와줄 테니 쓰레기섬을 한번 해결해보렴. 아빠도 저 쓰레기들이 많이 신경 쓰이는데 우리 딸이 나서서 처리해준다면 마음이 편안할 것 같구나."
인어공주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범고래와 바다거북 등 바다 친구들의 도움도 받으며 쓰레기섬의 면적을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막내 인어공주의 노력으로 어느새 바다는 예전의 청초한 파란빛으로 돌아왔다. 바다의 푸른 물결은 용궁을 찬란하게 감싸고 맑은 바닷물은 바다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막내 인어공주의 활약이 어느새 온 세계로 퍼진 것이다. 쓰레기섬을 처리한 인어공주는 그 뒤로도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깨끗한 바다 만들기 캠페인을 비롯하여 바다를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인어공주의 환경 운동에 대한 소문은 저 멀리 남극에 까지 퍼졌는데 남극에는 지구에서 가장 멋지고 훌륭한 왕자가 살고 있다고 했다. 남극 왕자는 환경을 사랑하는 인어공주의 태도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아델리 펭귄의 도움으로 인어공주를 만나게 된 남극 왕자. 둘은 서로의 업적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만나는 순간부터 첫눈에 반해버렸다.
"왕자님, 제가 그동안 왕자님의 소식만 듣고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요!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영광이에요."
" 인어공주, 쓰레기섬 처리를 스스로 해결했다고 들었어요. 쉽지 않았을 텐데 능숙하게 처리하여 바닷속 생물들이 웃음을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얼마나 감탄했는지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당신에게 푹 빠졌답니다. 우리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우리 환경을 위해 애써보는 것이 어떻겠어요?"
남극 왕자의 제안에 인어공주는 설렌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애써보기로 했다. 이제는 공주와 왕자가 아니라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부부 환경 보호인이 된 것이다. 비록 허름하고 편한 옷을 입었을지라도 지구를 위하는 부부의 모습에 온 생명체들이 감동을 받았다. 마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주에서 온 전사처럼 이 둘은 영원히 지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