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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앤쿨 Aug 17. 2021

여름의 끝을 붙잡고 싶다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의 대답은 당연히 "겨울"이었다.

코 끝을 스치며 감싸는 상쾌하고 청명한 겨울 공기,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길거리, 보드라운 모직 스커트에 기모 스타킹이 떠올려지는 겨울이 좋았다. 앙상한 나뭇가지나 서늘한 기운마저도 좋았다. "겨울"이라는 그 계절이 참 좋았다. 그에 반해 여름은 후덥지근하고 눅눅하기만 했다. 그래서 "여름"은 그냥 스킵해버리고 싶을 만큼 싫었다.


그렇게 싫어했던 여름인데 30대 중반을 넘은 지금은 지나가는 여름이 아쉽기만 하다. 여름의 끝을 붙잡고만 싶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니 여름이 곧 사라질 것만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한 해가 하반기로 넘어가는 시기라 그런 걸까. 한 살 더 먹는 게 두려워서 그런 걸까. 부모님의 연세도 떠올려지고. 상반기에 못다 한 목표들이 떠올라서 그런 걸까.

푸릇푸릇한 생기 넘치는 이 여름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 같다. 빨간 수박과 과즙 팡팡 복숭아는 또 얼마나 그리울지.  낮에는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와 밤에는 잔잔하게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의 소리 등. 여름의 소리들은 시끄럽기도 하지만 생기가 넘친다.

 

작년 여름만 해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전히 올 해의 여름도 마스크와 함께 보내고 있다. 작년 봄에는 여름에 마스크를 하면 벌어지게 될  웃긴 상황 그림을 보고 피식 웃었는데 그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줄이야. 마스크 안은 땀으로 범벅이지만 왠지 모르게 활기찬 이 여름이 참 좋다. 내년 여름은 부디 마스크 없이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여름아, 부디 천천히 천천히 지나가 주렴.

가을아, 너도 천천히 천천히 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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