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난다
결혼을 앞 둔 몇 주 전이었다.
고등학교 때 절친인 친구가 결혼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지 이런 저런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왔다.
일상 대화를 하던 중 친구는 나의 신혼여행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친구는 하와이에서 어느 호텔에서 숙박하는지도 물어보았다. 나보다 먼저 결혼한 그 친구는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혹시 이번 여름휴가 때 하와이로 갈 건가 싶어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그렇게 친구와의 문자가 마무리되었다.
다가온 나의 결혼식. 2015년 5월10일.
결혼식 중에 눈물이 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함께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
부모님과 눈은 절대 마주쳐서는 안된다는 팁 등을 머리에 꼭꼭 저장해두고 그렇게 식이 시작되었다.
막상 그 시간 동안에는 기쁜 마음에 들떠서 눈물은 커녕 함박웃음을 지으며 결혼식장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가는 길. 실감이 났다.
아, 이제는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나는 내 집이 아닌, 남편과 살게 될 새로운 내 집으로 가는 거구나.
그 때 마음이 뜨거워지며 울컥하는 기분이 좀 들었던 것 같다.
그제서야 부모님의 손을 떠나는 느낌이 실감이 난 걸까?
울컥함도 잠시,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결혼식도 무사히 마치고 멋진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아름다운 섬 하와이로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이라니! 설렘 한 가득 안고 호놀룰루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렌터카로 드디어 호텔에 도착.
이제 드디어 하와이에서의 여행 시작이구나 하는 기쁜 마음을 안고 짐을 풀려고 하는데
프론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니 선물이 있어서 갖다 준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잘못 온 거 아닌가. 선물 올 게 없는데 뭘 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룸으로 가져온 그 선물은 바로 하와이 호텔까지 물어봤던 그 고등학교 때 절친이 보내온 결혼 축하 깜짝 선물이었던 것이다. 와인과 디저트바구니, 그리고 친구가 손 글씨로 써서 호텔 팩스로 보내온 한 장의 편지. 얼떨떨함과 함께 진한 감동과 마음 속에서 요동치는 뜨거운 감정이
결혼식 때도 터지지 않았던 눈물샘을 터트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때 쪽지를 주고받으며 보아왔던 친구의 친근한 글씨체로 쓰여진 편지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결혼해서 잘 살라는 친구의 진심이 담긴 그 편지는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그리고 지금도 집에는 그 때 그 디저트 바구니가 있다.
간식바구니로 쓰고 있는데 그 바구니만 봐도 신혼여행에서의 그 느낌이 전해진다.
그리고 워킹맘, 전업맘으로 몸도 멀어져 자주 못 보고 있는 그 친구도 참 많이 보고 싶다.
애스턴 와이키키에서 받은 깜짝 결혼 선물
집에서 간식바구니로 쓰이고 있는 그 때 그 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