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연애기간 2년 결혼한 지 5년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당연히 가끔 섭섭하거나 화가 날 때는 있긴 하지만 섭섭하고 화가 나는 걸 대화로 푸는 편이고 감정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 T가 100%인 나는 문제가 해결되면 화가 풀리는 편이고 싸워서 해결될 일이 아니면 싸우질 않는다. F가 100%인 남편은 특히 나의 감정을 헤아리는데 더 큰 감정을 쏟기 때문에 무엇이든 내 감정을 우선하고 져준다. 그래서 싸움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침 출근길에 남편 등짝을 때리고 출근했다.
최근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야간일을 시작해서 아이와 나와 소통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는 나와 밤에 출근해서 아침에 퇴근하는 남편은 얼굴 마주칠 시간도 적다.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이라도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려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머리로 이해하는 어른들과 아이는 다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애착인형이 없던 아이는 아빠와 교감이 줄어들자 애착인형이 생겼다. 아빠가 사준 인형을 자다가도 찾고 놀다가도 찾으며 아빠 보듯 애정을 쏟는다. 그런가 하면 아빠가 출근하면 뚝 떨어져서 지내는데 아빠가 집에 있고 엄마가 출근하는 날이면 울고불고 한바탕 난리가 난다. 오늘 아침에도 그러했다.
"엄마 회사 가지 마세요. 담담이랑 있어요."
새벽 6시 30분에 쉬가 마렵다고 일어난 담담이는 엄마의 출근을 눈치챈 건지 잠들지 않고 출근하는 시간까지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재운 뒤 조용히 출근 준비를 하고 나서려고 했지만 아이의 눈은 점점 초롱초롱 빛났고 결국 잠이 들 거 같지 않아 아이를 눕혀두고 씻으러 가려고 하자 담담이 말했다.
"엄마 왜 씻으러 가요? 담담이는 엄마가 담담이 잘 때 회사 가면 좋겠어요. 엄마가 보고 싶으니까. 지금은 담담이 옆에 있어주면 안 돼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매정하게 등을 보일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다시 침대로 가 담담이 곁에 누웠다. 졸려서 잠들고 싶다던 담담이의 눈은 점점 초롱초롱해지더니 완전히 잠이 달아나버린 듯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던 중 남편이 퇴근을 해 들어왔다. 잠시 아이를 맡기고 씻고 출근준비를 급하게 했다.
그리고 출근을 하려고 하자 담담이가 다시 울며 불며 매달렸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도 새벽부터 잠을 설친 담담이도 한숨 자면 좋으련만 침대에 눕혀놓고 인사하고 출근하려고 하니 붙잡는 아빠 손을 뿌리치며 울며 불며 '엄마 다녀오세요'라고 하고 싶다고 달려 나와 다시 내 다리에 찰싹 매달렸다.
이미 아침에 출근할 시간을 넘겨 지각 위기에 있었지만 울며불며 매달리는 담담이를 뿌리칠 수도 없어 다시 한번 꼭 끌어안고 빨리 오겠다고 아빠랑 재미있게 놀고 있으라고 안아주고 짧은 이별을 위한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조금 시샘이 났던 모양이다.
"담담이 아빠 출근할 때는 인사도 안 해주면서! 흥! 담담이 엄마 가고 나면 아빠한테 오지 마 아빠는 담담이랑 안 놀 거야!"
라고 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아침에 남편 등짝을 때리고 출근한 전말이다.
울며 불며 매달리는 담담이를 떼어나며 조금 마음이 시큰해져서 눈물이 날뻔했지만 남편의 유치한 질투를 담은 협박에 남편의 등짝을 감정을 담아 힘껏 때렸다.
"지금 엄마랑 떨어지지 않겠다고 하는 애한테 엄마랑 떨어지면 아빠한테 오지 말라는 게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소리야?"
남편은 멋쩍었는지 허허 웃으며 "엄마 더 늦으면 지각하니까 엄마 가라고 하고 아빠랑 재미있게 놀자."라고 말 바꿔 이야기했지만 아이의 귀에는 눈에는 지금 떠나는 엄마의 얼굴만 보이고 엄마의 말소리만 들리는 듯했다. 다시 한번 꼭 끌어안고 "엄마가 일찍 올게. 선물 사 올게." 속삭이고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해. 엄마는 회사 가서도 우리 담담이만 사랑하고 생각해. 이따 만나자." 하니 그제야 눈물을 닦고 한걸음 물러선다.
"엄마 이제 회사 갈 건데 담담이가 문 닫아줘. 그리고 빠빠이 해줘." 하니 스스로 중문을 닫고 힘없이 손을 흔들어 준다.
아침부터 눈물의 이별을 하느라 진이 빠졌지만, 남편의 등짝을 때리고 온 게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오늘은 아무래도 등짝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