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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서 Apr 25. 2020

8. 세탁기에서 벨소리가 들려

핸드폰이 방수라서 다행인 이야기

주말 출근을 하는 나는 남편과 쉬는 날이 다를 때가 많다.

그래서 내가 남편만 집에 두고 출근할 때도 많고, 남편이 날 두고 출근할 때도 많다.


오늘은 남편은 쉬고 나는 출근을 하는 날이라서 뭔가 약 오르고 심통이 나기도 했지만,

침대커버와 이불을 빨 때도 되기도 했고 햇살도 좋아서 아침부터 늦잠을 자고 있는 남편을 서둘러 깨웠다.

출근 전에 세탁기를 돌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오빠 오빠 일어나 봐!!!! 소파에 가서 자는 게 좋겠어!!!!"

"으.... 응?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이불을 빨아야겠어. 오빠는 소파에 가서 자!!!!"


그때 남편의 휴대폰 기상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옥아! 나 일단 휴대폰 좀 가져다줘."

"알았어!"


서둘러 남편의 휴대폰을 거실에서 가져다주고는 또 서둘렀다.


"오빠 오빠!!!! 얼른 일어나서 소파로 가!!!!! 난 지금 이불을 빨아야겠어!!!!!"

"옥아.... 지금 나 쉬는 날 소파로 쫓아내고 이불을 빨겠다고?"

"오빠 어차피 나 머리 드라이하면 깰거나자 일어난 김에 얼른 소파로 가세요!!!!"


비몽사몽 간에 남편이 일어나 주방에 가서 빵을 몇 개 챙겨 먹었고, 회사 가서 먹으라고 내 간식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베개 커버도 벗기고 이불을 한 아름 안고 세탁기에 넣고 이불 빨래를 시작했다.

출근 준비가 끝나갈 무렵 빵을 먹던 남편이 갑자기 휴대폰을 찾았다.


"옥아, 근데 나 핸드폰은 어디 있어?"

"헉! 오빠! 핸드폰 안 가지고 있어?"

"여보! 나한테 전화해봐!"


- 되고파 너의 오빠 너의 사랑이 너무 고파 되고파~


희미하게 들리는 벨소리는 세탁기 속에서 나고 있었다.


"헉! 여보!"


서둘러 세탁을 중지시키고 핸드폰을 건졌다.


"오빠!!!!! 방수라 다행이다!!!!!! 오!!!!!!"

"여보.... 핸드폰은 괜찮은데 나는 안 괜찮은 거 같아...."

"오빠!!!!! 이불 빨래한다고 했는데 핸드폰을 이불에 그냥 두면 어떡해, 여보가 잘못했네!!!!"

"내가 잘 못하긴 했는데, 진짜 나만 잘못했어?"

"여보가 잘못했네!"


그래도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다. 아휴.

그래도 핸드폰이 방수라 다행이다. 아휴.

그래도 남편이 부처라서 다행이다. 아휴.


착하고 예쁜 남편인 줄은 알았지만, 이걸 참아내다니 날 사랑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남편이 날 사랑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신혼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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