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세탁기에서 벨소리가 들려

핸드폰이 방수라서 다행인 이야기

by 호치담

주말 출근을 하는 나는 남편과 쉬는 날이 다를 때가 많다.

그래서 내가 남편만 집에 두고 출근할 때도 많고, 남편이 날 두고 출근할 때도 많다.


오늘은 남편은 쉬고 나는 출근을 하는 날이라서 뭔가 약 오르고 심통이 나기도 했지만,

침대커버와 이불을 빨 때도 되기도 했고 햇살도 좋아서 아침부터 늦잠을 자고 있는 남편을 서둘러 깨웠다.

출근 전에 세탁기를 돌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오빠 오빠 일어나 봐!!!! 소파에 가서 자는 게 좋겠어!!!!"

"으.... 응?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이불을 빨아야겠어. 오빠는 소파에 가서 자!!!!"


그때 남편의 휴대폰 기상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옥아! 나 일단 휴대폰 좀 가져다줘."

"알았어!"


서둘러 남편의 휴대폰을 거실에서 가져다주고는 또 서둘렀다.


"오빠 오빠!!!! 얼른 일어나서 소파로 가!!!!! 난 지금 이불을 빨아야겠어!!!!!"

"옥아.... 지금 나 쉬는 날 소파로 쫓아내고 이불을 빨겠다고?"

"오빠 어차피 나 머리 드라이하면 깰거나자 일어난 김에 얼른 소파로 가세요!!!!"


비몽사몽 간에 남편이 일어나 주방에 가서 빵을 몇 개 챙겨 먹었고, 회사 가서 먹으라고 내 간식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베개 커버도 벗기고 이불을 한 아름 안고 세탁기에 넣고 이불 빨래를 시작했다.

출근 준비가 끝나갈 무렵 빵을 먹던 남편이 갑자기 휴대폰을 찾았다.


"옥아, 근데 나 핸드폰은 어디 있어?"

"헉! 오빠! 핸드폰 안 가지고 있어?"

"여보! 나한테 전화해봐!"


- 되고파 너의 오빠 너의 사랑이 너무 고파 되고파~


희미하게 들리는 벨소리는 세탁기 속에서 나고 있었다.


"헉! 여보!"


서둘러 세탁을 중지시키고 핸드폰을 건졌다.


"오빠!!!!! 방수라 다행이다!!!!!! 오!!!!!!"

"여보.... 핸드폰은 괜찮은데 나는 안 괜찮은 거 같아...."

"오빠!!!!! 이불 빨래한다고 했는데 핸드폰을 이불에 그냥 두면 어떡해, 여보가 잘못했네!!!!"

"내가 잘 못하긴 했는데, 진짜 나만 잘못했어?"

"여보가 잘못했네!"


그래도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다. 아휴.

그래도 핸드폰이 방수라 다행이다. 아휴.

그래도 남편이 부처라서 다행이다. 아휴.


착하고 예쁜 남편인 줄은 알았지만, 이걸 참아내다니 날 사랑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남편이 날 사랑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신혼이라 다행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7. 나는 남편만 보면 이가 간질간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