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있었고 제자가 있었다. 제자는 비범했고 스승은 평범했으므로 제자는 스승에게 구하는 법이 없고 스승 또한 무엇이든 먼저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제자가 스승에게 먼저 와 물었다. 사랑에 빠진 탓이었다. 제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무엇이 자신의 사랑을 이뤄줄지 물었다. 스승은 오랜만에 한다는 질문이 고작 그런 것일 줄 몰랐다며 말했다. “하던 대로 하게.”
“오 이런, 분명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선 제가 특별하다는 것을 아시잖습니까? 그만큼 제 사랑도 특별합니다. 그에 맞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단 말입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시란 말입니다.”
스승은 알겠다며 이야기 하나를 시작했다.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들로 둘러싸인 행성이 하나 있었다고 하세. 흥미로운 것은 말일세. 이 행성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욕심을 위해 혹은 지금의 자네처럼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하늘에 가 별을 따 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네. 그리고 한 사내가 있었네. 그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여겼네. 그러고선 자네처럼 사랑에 빠지더니 특별한 의미를 담은 선물을 위해 기다렸다네. 시간이 충분히 흘렀고 별 하나를 봤다네. 그는 지체 없이 길을 떠났네. 그리고 길을 가던 중 빈 손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을 만났다네. 그 사람에게 왜 그냥 돌아오느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무엇이 남겠느냐고 사내에게 되물었네. 사내는 무엇을 남기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네. 그럴 것이, 그저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던 것이었으니 말일세. 흠흠, 목이 마르군. 물 좀 주겠나?”
스승은 목을 축이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 이 만남을 뒤로하고 사내는 계속 별을 향해 갔네. 그리고 이제 별 앞에 섰네. 사내는 눈 앞의 별을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네. 자신이 그 별을 따 간다면 세상에 정말 별 볼 일이 없을 것임을 그때 알아차렸기 때문일세. 빈 손으로 되돌아오던 사내의 질문에도 잘못 대답했다는 생각을 했다네. 그 뒤의 일은 모르는 것으로 하세. 내 여기서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 별이 그 사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갔을 것 같은가?”
제자가 고민하며 대답을 망설이자 스승이 말을 이었다. “내가 자네에게 하던 대로 하라고 말한 것은 자네가 방금 그 사내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해서였네. 방금 그 사내는 스스로를 특별히 여기면서 다른 이들의 사랑은 하찮게 여기더니 결국 자신도 별다르지 않음을 알았잖은가.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다네. 그리고 사랑이 특별한 것도 맞지. 하지만 그것은 사랑 자체가 특별한 것임을 잊지 말게. 혹 자네가 지금보다 학식이 부족하고 평범하며 가진 게 많지 않다 하더라도 그 사랑이 가벼운 것은 절대 아니란 말일세. 반복해서 미안하네만, 사랑이 담긴 행동이 특별해지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네. 진심이 담겨있다면, 자네 머리와 마음에 특별함을 위한 어떤 계산이나 계획 없이도 자연히 그 마음이 전해지리라 믿네.”
스승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저 했다. “내 그동안 자네에게 무언가를 제대로 가르쳐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영 편치 않았네만, 이제 됐다네. 자네가 범사에 강건하고 잘 되기를 바라겠네. 잘 가시게.”
스승이 있었고 제자가 있었다. 그리고 가르침과 배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