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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규 Jun 28. 2022

평범한 스승의 가르침

스승이 있었고 제자가 있었다. 제자는 비범했고 스승은 평범했으므로 제자는 스승에게 구하는 법이 없고 스승 또한 무엇이든 먼저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제자가 스승에게 먼저 와 물었다. 사랑에 빠진 탓이었다. 제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무엇이 자신의 사랑을 이뤄줄지 물었다. 스승은 오랜만에 한다는 질문이 고작 그런 것일 줄 몰랐다며 말했다. “하던 대로 하게.”

“오 이런, 분명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선 제가 특별하다는 것을 아시잖습니까? 그만큼 제 사랑도 특별합니다. 그에 맞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단 말입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시란 말입니다.”

스승은 알겠다며 이야기 하나를 시작했다.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들로 둘러싸인 행성이 하나 있었다고 하세. 흥미로운 것은 말일세. 이 행성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욕심을 위해 혹은 지금의 자네처럼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하늘에 가 별을 따 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네. 그리고 한 사내가 있었네. 그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여겼네. 그러고선 자네처럼 사랑에 빠지더니 특별한 의미를 담은 선물을 위해 기다렸다네. 시간이 충분히 흘렀고 별 하나를 봤다네. 그는 지체 없이 길을 떠났네. 그리고 길을 가던 중 빈 손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을 만났다네. 그 사람에게 왜 그냥 돌아오느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무엇이 남겠느냐고 사내에게 되물었네. 사내는 무엇을 남기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네. 그럴 것이, 그저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던 것이었으니 말일세. 흠흠, 목이 마르군. 물 좀 주겠나?”

스승은 목을 축이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 이 만남을 뒤로하고 사내는 계속 별을 향해 갔네. 그리고 이제 별 앞에 섰네. 사내는 눈 앞의 별을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네. 자신이 그 별을 따 간다면 세상에 정말 별 볼 일이 없을 것임을 그때 알아차렸기 때문일세. 빈 손으로 되돌아오던 사내의 질문에도 잘못 대답했다는 생각을 했다네. 그 뒤의 일은 모르는 것으로 하세. 내 여기서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 별이 그 사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갔을 것 같은가?”

제자가 고민하며 대답을 망설이자 스승이 말을 이었다. “내가 자네에게 하던 대로 하라고 말한 것은 자네가 방금 그 사내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해서였네. 방금 그 사내는 스스로를 특별히 여기면서 다른 이들의 사랑은 하찮게 여기더니 결국 자신도 별다르지 않음을 알았잖은가.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다네. 그리고 사랑이 특별한 것도 맞지. 하지만 그것은 사랑 자체가 특별한 것임을 잊지 말게. 혹 자네가 지금보다 학식이 부족하고 평범하며 가진 게 많지 않다 하더라도 그 사랑이 가벼운 것은 절대 아니란 말일세. 반복해서 미안하네만, 사랑이 담긴 행동이 특별해지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네. 진심이 담겨있다면, 자네 머리와 마음에 특별함을 위한 어떤 계산이나 계획 없이도 자연히 그 마음이 전해지리라 믿네.”

스승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저 했다. “내 그동안 자네에게 무언가를 제대로 가르쳐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영 편치 않았네만, 이제 됐다네. 자네가 범사에 강건하고 잘 되기를 바라겠네. 잘 가시게.”

스승이 있었고 제자가 있었다. 그리고 가르침과 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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