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0207] 눈길 by정호승
의자에 쓰러질 듯 앉은
아흔 노모에게 마지막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지 못했다
나는 아직 세뱃돈을 받고 싶은데
이제 아무한테도 세뱃돈을 받을 데가 없다
아파트 앞마당
산수유 붉은 열매를 쪼아 먹는
새에게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산수유나무 아래 아이들이 신나게 세워둔
눈사람한테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줄 것인가
새해 아침에 함박눈은 자꾸 내리는데
세뱃돈을 받으러
어머니가 가신 먼 눈길을 걸어가는 내가
눈보라에 파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