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관리자의 자괴감, 그리고 아버지와의 이별

by 해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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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C사에 영업관리직으로 입사했다.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많았지만 제주지역 신입사원은 나 혼자였다. 그래서 시작부터 외롭다는 느낌이 컸다. 그룹교육과 계열사 교육을 마친 뒤 인사팀과 면담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제주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대기업에서의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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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관리 업무는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았다. 입사 전까지 나는 내가 꽤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낯선 사람과도 비교적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업무를 하며 거래처 담당자와 미팅을 해야 하는 시간은 늘 부담이었다. 업무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때마다 내가 이렇게 스몰토크를 못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며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선배들은 담당자와 자연스럽게 친해진 뒤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분이 늘 부족했다. 시간이 지나며 업무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일은 끝내 쉽지 않았다. 그로 인해 윗사람들이 기대하는 성과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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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였다. 팀장이 새로 바뀌었는데 나와는 성향이 전혀 맞지 않았다. 술만 마시면 거친 말과 욕설을 쏟아냈고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반복했다. 영업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나가려면 빨리 나가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졌고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출근하는 일 자체가 고통이었다.


월말마다 실적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것 같으면 밤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몇 해 전 뇌출혈로 쓰러지신 뒤 장애를 갖게 되셨지만 이렇게 빨리 떠나실 줄은 몰랐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 이제야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끼던 시기였기에 상실감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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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와도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장거리 연애였지만 아버지 일 이후로 자주 올라갈 수 없었다. 회사에서는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주말에도 일해야 했다. 그렇게 거의 두 달을 보지 못한 채 지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그녀가 너무 어색하다고 말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내가 먼저 이별을 말했다. 일주일 뒤 마지막 통화를 하고 완전히 관계를 정리했다.


힘든 시간은 다음 해에도 끝나지 않았다. 부서는 그대로였고 제주권역 편의점 관리를 맡으며 업무량은 더 늘었다. 늦은 퇴근이 반복됐고 팀장의 폭언도 계속됐다. 실적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목표를 조금만 못 채워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에 나 같은 사람은 필요 없다는 말도 들었다. 그해 나는 거의 매일 한 번 이상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국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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