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형 RPG 캐릭터로 전락한 날들

by 해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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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드디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편의점 사업팀이었다. 그런데 서울이 아니라 대구지역이었다. 원래 편의점은 본사에서만 관리를 했었는데 해당년도부터 지역별 관리를 하는 것으로 조직이 개편된 것이었다. 나는 대구-제주지역을 관리하는 담당자로 선정되었다. 제주에도 편의점이 있지만 점포수가 적기 때문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구에 근무하면서 한달마다 제주로 출장을 가라는 것이었다. 서울은 아니었지만 제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근무를 하게 된 점은 좋았다. 특히 그때의 팀장과 떨어지게 된 것이 가장 기뻤다. 드디어 지옥 같은 곳을 탈출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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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부서에서는 월 1회씩 서울 본사에서 월례조회를 했다. 그때 팀장과 같은 팀원들과 인사를 하고 교류를 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그게 끝나면 나는 대구로 돌아가 근무를 했다. 대구지역에 근무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지만 부서가 다르다보니 어울리기 힘들었다. 그들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나 역시 같은 소속도 아닌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주는 없었다. 처음 도입되었던 지역관리제는 참 체계가 없었다. 각 지역에서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 명확한 지침도 없었다. 그저 알아서 하라는 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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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름대로 편의점 거래처에 방문하여 유대관계를 쌓고 프로모션을 협의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참 어려웠다. 그것은 자유였을까 아니면 방종이었을까. 대구에서의 생활은 무미건조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나는 마치 방치형 RPG의 캐릭터가 된 기분이었다. 클릭 몇 번으로 하루가 지나가고 경력 레벨은 오르지만 화면 밖의 내 영혼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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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가 터졌다. 대구지역에서 발발했던 전염병으로 더 이상 그곳에 머물기 어려웠다. 나는 다시 제주로 가게 되었다. 예전 제주에 있던 팀장은 다른 곳으로 가고 다른 팀장이 있었다. 나는 그 옆자리에서 소속은 편의점사업팀인 채로 근무를 했다. 대구에서 했던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하였는데 제주에서만 근무를 하였으니 프로모션을 해도 규모는 더 작아지게 되었다. 이대로는 성장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계속 어필을 했다. 운 좋게도 얼마 뒤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분명 처음엔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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