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곡 듣기를 권함
요즘 들을 노래 참 없다. 라고 생각할때 쯤 우연히 접하게 된 노래가 쳇바퀴 같은 일상에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길 바라며, 수록곡 듣기를 권함.
노래는 어떻게 접할까. 어려서는 집게손가락을 넣어 돌리는 테잎으로, 동그란 씨디로, 텔레비전에서 들려오는 노래 들로 접했다.
조금 더 커서는 다양한 음악을 손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원차트를 이용했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만 먹을 줄 안다고, 모르는 가수 모르는 노래들은 들어볼 생각도 안했다. 그저 밖에서 많이 들려오는 그때의 유행가들을, 순서대로 줄지어진, 많은 대중들이 선택한 노래들을 들었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 내 눈에 띈 노래들만 들었다. 그래서 내 취향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전무했다. 그저 그때 유명했던 노래들 중 맘에드는 노래를 몇번 더 들었을 뿐이다.
어쩌다 우연히, 짧은 시간에 내 마음에 쏙 드는 노래를 발견하더라도 지금처럼 핸드폰이 노래를 듣고 제목을 찾아주는 기능이 없던터라, 그냥 노래의 시간만큼 흘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길거리나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의 제목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게 되고, 사람들을 만날수록 사람들의 노래도 만나게 되면서, 더 많은 노래들을 더 많은 통로로 접하게 되면서, 모르는 사람들 혹은 기계로부터 노래 추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나는 나만의 노래 취향을 조금씩 쌓아갈 수 있었다.
당시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보던 1박 2일을 볼때였다. 우연히 비지엠으로 깔린 이 노래를 듣고 가슴이 두근거려 귀를 쫑긋 귀기울였다. 검색창에 검색할 가사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검색결과 페퍼톤스의 계절의 끝에서라는 곡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가수와 제목이였는데, 아직도 귀에 남은 노래의 청량함과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 곡을 매우 오랫동안 들었던것 같다.
한번 마음에 꽂히는 노래가 생기면 그 노래를 질릴때까지 듣는다. 그러다 정말 질려버려서 재생목록에서 제거를 할 때가 많다. 그럴때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노래 가사가 내 마음 같아지는 순간이 문득 다가온다. 그 노래 가사들은 설레고 행복이 가득한 것일수도, 허망함과 슬픔에 몸부림 치는 것일수도 있다. 때로는 흩날리는 벚꽃에, 창문을 두드리는 산들바람에, 추운겨울 들리는 종소리를 타고 오늘 내가 듣는 노래가 바뀌기도 한다. 그러니 사랑이 변한게 아니라 상황이 변해서 계절이 변해서 그런거다.
언젠가 문득 잊혀진 그 노래를 다시 듣게 되면 나는 다시 그 노래를 찾고, 흥얼거린다. 내가 사랑했던 노래이기에, 사랑은 변하지 않았기에. 동시에 그 노래를 오랫동안 들었던 그때의 그 순간들이 생각난다. 노래는 노랫말과 노랫소리 뿐만 아니라 그 노래를 듣던 그때의 기억들과 함께 밀려온다.
즐겨보았던 드라마 OST를 듣게되면 그 드라마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그 당시 나를 푹 빠지게 만들었던 혹은 내가 푹 빠진 삶에 어울렸던 노래들을 듣게되면 훗날 그 노래를 들을때 그때의 삶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럴 때면 내 삶이 노래가 된 것 같아, 적어도 노래가 어울리는 삶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좋은 노래를 발견하면 오랫동안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다음 노래를 또 오랫동안 듣곤한다.
하지만 그 다음 노래가 바로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때면 지금 듣고 있는 노래 앨범의 수록곡을 듣거나, 가수의 전곡을 훑어 듣는다. 대부분 쉽게 다음 노래를 찾을 수 있다.
계절의 끝에서라는 제목이 아닌 페퍼톤스라는 가수의 이름을 쳤다. 많은 노래들이 그들의 이름과 함께 등장했다. 전체재생을 통해 하나씩 들어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그동안 페퍼톤스의 다른 노래들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 다음부터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그 노래가 담긴 앨범의 수록곡을 듣거나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모든 노래들을 듣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타이틀을 얻지 못했지만 나의 취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될 노래들이 많았다. 그렇게 나의 취향을, 오로지 나의 선택과 감정만으로 쌓아나갔다.
내가 좋아할만한, 지금의 내 삶과 딱 어울리는 음악이 될만한 노래를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되기를,
‘수록곡’ 듣기를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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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누가있나요, 이십년이 지난뒤, 뜨거운 것이 좋아, 고독의 의미, 비포 선라이즈, 사랑은 어디로, 착시,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다툼, 빨래, 네가 없는, 매듭, reset(토이의 수록곡)
페퍼톤스: 계절의 끝에서, BIKINI, Bike ‘09, 세계정복, 청춘, 근데 왜, Than you, New chance, balance, 도망자, 21세기의 어떤날, New hippie generation.
정승환: 다시 봄, 사뿐, 이 노래가, 믿어, 뒷모습
오마이걸: real world, perfect day, Love O’clock, 소나기, I found love, 한 발짝 두 발짝,
악동뮤지션: 시간을 갖자, 밤 끝없는 밤, freedom, 새삼스럽게 왜, 초록창가, 인공잔디, 작은별, 소재, 길이나, Galaxy.
폴킴: 눈, 사랑은 타이밍, stranger, say you love me, 이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