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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이들 Apr 02. 2023

[음파음파] 들어가는 글

유아/어린이 수영강사의 아이들 관찰기 


흡흐흡흐가 출간된 지 벌써 N년이다. 이제 어디 가서 ‘나 요가로 책까지 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전히 요가는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수련하는 학생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직업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수영강사다. 그리하여 요가에 이어 이번엔 수영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다시 타자를 치게 되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흡흐흡흐에 이어 호흡시리즈 2탄(?) 음파음파를 연재하게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난 뒤에 시작하여 여전히 뻣뻣한 몸으로 힘겹게 수련하고 있는 요가와는 달리 내 수영의 역사, 수력은 무려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의 수영은 엄마 손 잡고 따라서 간 수영장에서 자모반 수영을 등록하는 일로 시작되었다고 전설처럼 전해질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사실 음파음파를 언제 배우고 익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물속을 유영하는 일은 걸음마를 배우는 일만큼이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생애 어느 시기의 기억을 톺아보아도 나는 언제나 수영을 할 줄 아는 어린이었기에, 어른인데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보면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만큼이나 신기하게 생각한 적도 있다. 락스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실내 수영장의 물은 그만큼 내게 익숙한 곳이고, 편안한 공간이었다. 오죽하면 수능 준비로 바쁜 고등학교 3학년때도 체대입시준비를 할 것도 아니면서 아침자율학습 시간 전에 짬을 내어 새벽수영을 다녔을까. 그만큼 그냥 물이 좋았다. 


그리고 나는 요즈음 집 근처 모 수영장에서 유아반과 초등반을 맡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내겐 너무 익숙해서 나의 수영에선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요가 이야기 <흡흐흡흐>가 초보 수련생의 입장에서 마음의 힘을 키워 나가는 이야기였다면, 지금부터 하게 될 수영 이야기는 내 이야기라기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를 지켜보는 관찰 이야기가 되겠다. 아이들에게서 미처 생각하고 살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모습, '나도 이랬다고?' 싶을 정도로 새롭고 놀라운 발견들의 순간들이 보였다. 그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다시 타자를 치게 되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도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주로 ‘유아라는 세계’가 될 것이고, 또 가끔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생애 최초인 유아들은 세상이 온통 새로 배워야 하는 것들로 가득 차있다. 유아와 함께 하면서 나는 종종 ‘이런 것도 배워서 알게 된 것이라고?’싶은 일들이 참 많았다. 인간은 저절로 인간이 되지 않는다.


숨은 어디로 들어와서 어디로 나가는지, 팔꿈치를 구부리고 무릎을 피며 어떻게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게 되는 일. 일상에서 숨 쉬듯 행해왔던 모든 일들은 사실은 누군가의 긴긴 인내와 다정한 성실 덕분에 배우고 익히게 된 것들이었다. 나라는 인간을 기르기 위해 부모와 형제와 지역사회와 나를 거쳐간 수많은 선생님들이 얼마나 인내하고 애썼는지, ‘유아’라는 우주를 들여다보며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들 가까이서 관찰하며 깨닫게 된 인간의 놀라운 성장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찬찬히 풀어가 보고자 한다. 


나라는 우주도 당신의 긴긴 인내와 다정한 성실함 덕분에 세워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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