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울 때 알아두면 좋은 것 : 수영 잘해도 물 먹어요.
새로운 아이를 만나서 첫 수영을 가르칠 때면 긴장되는 순간이 몇 있다. 배영을 가르치기 전 슬그머니 몸을 뒤로 눕혀야 할 때가 그렇고, 난생처음 물속에 코를 집어넣는 법을 가르쳐주는 순간이 그렇다. 두 동작의 공통점은 물 밖 세상에서는 할 수 없는 낯선 감각의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숨을 쉴 때 입과 코를 이용하여 숨을 쉰다. 그러나 보통 입 호흡은 다양한 이유로 권장되지 않는다. 결국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편안한 호흡이다.
그런데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수영호흡을 배워야 한다. 수영을 할 때 우리는 입으로 숨을 파—합!하며 들이마시고, 코로 음—하고 내뱉는다. 음파음파, 숨을 쉬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음— 하고 숨을 뱉는 법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에게는 코로 쉬는 호흡법이 익숙하기 때문에, 물속에서도 나도 모르게 코로 숨을 들이마시곤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럼 그대로 코로 물이 쑤욱 빨려 들어가 코로 고춧가루를 먹은 듯 켁켁 거리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물먹은 아이들을 지켜보는 수영강사도 코가 찔끔 매워진다. 코로 물을 먹는 일은 사실 어른에게도 무서운 일이다. 일단 신체적으로 너무 맵다. 어떤 사람은 코로 물을 먹으면 너무 놀라서 과호흡이 올 수도 있고, 사레가 들려 기침을 심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면 숨을 쉬기 어려워져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물을 먹는 일은 어른들에게도 무서운 일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다시는 물속에 코를 집어넣고 싶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물속에 코를 넣기 전에 물 밖에서 발차기를 먼저 배우며 호흡훈련을 먼저 시킨다.
“자, 따라 해 보자. 발차기 차면서 소리를 내는 거야. 음—파! 음—파! “
아이들의 호흡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음--’ 하고 소리를 실제로 내게끔 하는 일이다. 사실 물속에서 숨을 참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잠수를 할 때는 코로 물을 내뱉지 않고 그냥 공기를 머금은 채 꾹 참고 가기도 하고, 접영을 할 때도 음- 하는 목구멍소리는 잘 내지 않고, 숨을 내뱉는다기보다는 강하게 흥—하고, 숨을 뿜어주는 동작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에 처음 코를 넣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방법을 모두 알려주는 것은 좋지 않다. 숨을 그냥 참는 방법은 실수로 물속에서 코로 숨을 들이마실 위험이 있어서 좋지 않고, 빠르고 강하게 냅다 숨을 다 뱉어버리는 방법도 규칙적이고 편안한 물속 호흡법을 배우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 밖에서 숨 쉬는 일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라서 사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어디로 호흡을 하고 있었는지 잘 모른다. 이럴 땐 구구절절 호흡의 원리에 대해서 가르칠 것이 아니라 그냥 노래를 가르쳐주듯이 음- 하고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편하다. 더욱이 음—하고 소리만 낼 줄 안다면 물속에서 물을 먹을 위험도 결코 없다. 완벽하게 안전한 호흡법인 셈이다.
“자, 선생님이 먼저 소리를 내 볼게. 따라 해 보자. 음——파, 음——파”
물 밖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비교적 잘 따라온다. 하지만 이대로 물에 코를 넣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다시 겁을 먹는다. 이럴 땐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머리를 물속에 가득 담그는 것이 아니라 코만 살짝 넣으면서 음—하고 소리를 내보는 것이다.
“자, 이렇게 음—소리를 내면서 코에 물이 닿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한번 볼까? (보글보글보글) 와~ 물에서 공기방울이 생기네? 신기하다~ 우리 이번엔 같이 공기방울 만들어 볼까? 음———.”
보통 여기서부터 아이들의 성향이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생기기 시작한다.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이 보글보글 공기방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하고 자기도 빨리 해보고 싶어서 물속에 코를 바로 넣을 수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여전히 무서워서 혹은 코에 물이 닿는 감각이 싫어서 선생님을 빤히 쳐다만 볼 뿐이다. 또 어떤 아이들은 물속에서 입으로 후 불어 공기방울을 만들어 낸 척을 하기도 하고, 또 보통은 물 밖에서는 음—하고 소리를 잘 내다가도, 긴장했는지 물에만 들어가면 소리 내기를 멈추는 바람에 물을 조금 먹게 되기도 한다. 이때 각각의 상황에 맞추어 물에 적응을 시키고 제대로 된 음-파 음-파를 가르쳐 주는 것이 유아반 수영강사의 능력이 된다. 여기서 아무렇지 않게 물속에 머리를 넣는 아이라면 앞으로의 수업이 조금 편해질 것이 보여 마음이 놓이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물에 못 들어간 아이라면 한 달 동안 어르고 달래며 호흡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물속에 들어가기 놀이’들을 생각해 두어야 해서 짱구를 굴리느라 바빠진다. 그래서 맨 처음 물속에 들어가기를 시킬 때면 ‘이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면서 배우듯, 수영을 처음 배울 때 물을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가끔 수영장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님들 중에는 물을 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부모님들이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며 ‘오늘 재밌었어?’ 물어보고는 아이가 물을 먹었다고 하면, 아주 크게 놀라며 “물을 먹었어??”라고 묻고는 나를 슬쩍 쳐다보는 부모님들이 아주 가끔 있는데, 이럴 땐 참 난감하다.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부모님들이 알려주셨으면 하는 것은 물을 좀 먹어도 괜찮다는 것을 말해 주는 일이다. 사실 이건 수영을 좀 할 줄 아는 부모님들이라면 (본인도 먹으면서 배웠을 테니) 으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부모님들 중에서는 다소 심각하게 여기시기도 한다. 물론 수영장 익사사고, 물놀이 안전사고 등등 위험한 일들이 일상에서 왕왕 발생하곤 하기 때문에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물에 빠지는 것과 물을 먹는 것은 좀 다르다. 물에 빠지면 물을 먹지만, 물을 먹는다고 물에 빠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수영을 배운다는 것은 물을 절대 안 먹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물을 좀 먹어도 괜찮다는 것을 몸으로 익히는 일에 가깝다. 물을 먹으면 코가 맵긴 해도 죽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고, 물을 좀 먹은 상태라도 당황하지 않고 내 몸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고, 알싸한 코의 고통을 즐기며(?) 그럼에도 앞으로 나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 수영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달려와서 물을 먹었다고 말할 때 일부러 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꾸한다.
“물을 먹었어? 코가 매콤해졌겠구나~!”라거나,
“물을 먹었어? 음파 하는 것을 깜박했나 보구나~ 물이 코에 들어와도 음~ 하면 다시 물이 빠질 거야. 다시 한번 해볼까? 음-파, 음-파!”
그저 물을 먹게 되면 일어날 수 있는 몸의 현상에 대해 사실 그대로 말해주는 것. 그리고 물을 먹고 난 뒤의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것. 사람은 자기 몸에 대한 지식이 늘어날 때 대처하는 법도 알 수 있게 된다. 그 첫 단추가 음파음파, 호흡을 배우는 일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보다 물이라는 세상과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다루어 나가길 바라며, 오늘도 음-파 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