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반보다 중요한 사회성

by 시골교사

우리 아이들 얘기면 좋겠지만… 리오니(Lionie)라는 큰아이 친구 얘기다. 리오니의 엄마는 아이의 남다른 학구열과 습득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 아이는 네 살에 글을 떼고, 여섯 살에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한 소위 ‘영재’다. 유치원 과정에서 전혀 학습을 안 시키는 것이 통례인 이곳에서, 네 살에 글을 뗀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학교에 들어온 지 한 두어 달 쯤 됐을까? 조기 입학을 했음에도, 여전히 리오니에게 수업은 무의미한 시간이었다. 독일의 교육 속도는 거북이보다 더 느리다. 1학년 독일어 국어시간엔 반복적으로 철자를 익히는 게 전부인데, 이미 글을 줄줄 꿰고 있는 리오니에겐 그보다 지루한 시간이 없는 게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 부모를 불러, ‘월반’(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상급 학년으로 진급시키는 제도)을 제안 했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 리오니는 입학 두어 달 만에 2학년이 됐다.

나 같으면, 꽤나 자랑스러워하며 동네방네 소문도 낼 일. 하지만 리오니 부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다시 1학년으로 눌러 앉혔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아이의 사회성과 적응력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쉽게 말하면 “2학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였다.

이 월반제도는 중·고등학교까지 계속 적용된다. 전 과목 평균이 일정 수준이상이면 월반이 가능하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경우 빨리 진급시키는 것이 해당 아이의 학교 적응을 위해 필요하고, 그것이 사회적, 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계적인 훈련과 반복학습을 통한 암기적 요소는 일체 배제된다. 하지만 이것은 선택사항 내지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대부분의 독일 부모가 이런 월반이라는 학교결정을 마냥 환영하지는 않는다. 이것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는 그런 경향이 짙다. 초등학교 3학년에 영재성이 발견된 또 다른 학부모 역시 월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부하였다.

“우리 아이가 남들 보다 빨리 가는 것이 오히려 조심스러워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 속에서 소통하며 건강하게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지적인 부분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함께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맞는 말이다. 교육의 목표는 성장이다. 지·정·의가 조화를 이룬 건강한 성장 말이다.

그렇게 독일에서의 영재는 학교 교육과 수업 현장에서, 교사의 관찰과 평가로 조심스럽게 발굴되었다. 그리고 월반이라는 제도를 통해 학교교육에 흡수되었다. 훈련과 반복을 통한 맞춤형 영재가 아닌 타고난 영재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존중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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