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원칙주의자다. 느릿느릿하지만 꼼꼼하고, 소심하지만 곧고 바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면모를 보였지만, 완전히 굳어진 건 초등학교 때부터다. 생애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이 딱 그랬기 때문이다. 담임의 영향이 그렇게 크냐고? 적어도 독일 초등학교에선 그렇다. 한번 담임은 영원한 담임이니까.
꼬마에서 학생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다
초등학교 입학식. 배움의 첫 발을 내딛는 본인에겐 설레고, 부모는 훌쩍 커버린 자녀를 대견하게 지켜보는 시간이다. 이런 마음만큼은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갖가지 채비를 갖췄다.
TV에서 보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면 최소한 60~70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책가방 하나만 해도 좋은 건 15만 원을 훌쩍 넘었다. 유학생 신분을 감안하면, 입학식도 나름 목돈 드는 큰 행사였다.
나는 성격이 소심하고 꼼꼼하다. 그런 탓에, 어떤 일이든 시간을 좀 길게 잡고 나누어 진행하는 편이다. 큰 아이의 입학식 준비 역시 그랬다. 동네에 벼룩시장이 열리는 4월을 시작으로 입학식이 있는 8월까지 입학에 필요한 물품을 쪼개서 구입했다. 책걸상은 가까운 분에게 얻어냈고, 유명 브랜드의 책가방도 벼룩시장에서 다리품을 판 덕분에 매우 저렴하게 장만해 놓았다. 필통‧실내화‧문구류 등도 벼룩시장에 들를 때마다 조금씩 모았다. 입학식에 입힐 옷까지 지인에게 얻고 나서야, 마음의 부담이 사라지는 듯 했다.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 독일 초등학교 입학식
독일의 초등학교 입학식은 일종의 집안 행사다. 부모는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가까운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이 되기도 한다.
입학식 날 아침, 아이들은 새로 산 책가방을 메고(물론 속은 텅 비어 있다), 가슴에는 ‘슐튜테(Schultuete, 선물 꾸러미)’라 불리는, 예쁘게 장식된 선물을 안고 행사에 참여한다. 선물 꾸러미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 과자류와 문구용품이 들어있는데, 주로 부모 내지는 친척들이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준비한다.
큰아이 역시 그랬다. 친한 친구 분이 만들어 준 슐튜테를 안고, 새로 장만한 책가방을 메고 들뜬 마음으로 입학식에 나섰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강당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었고, 곳곳에선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터트리는 플래시 소리로 시끄러웠다.
다소 소란스런 장내를 정돈한 건 화려한 축하공연. 3‧4학년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노래, 연극, 춤은 비록 다소 어설퍼 보였지만, 어린 후배들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한 메시지와 마음만큼은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졌다. 그 시끄러웠던 강당이 금새 조용해진 것도 그래서다. 모든 시선이 중앙 무대로 쏠린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재학생들은 다소 상기된 채 자신들의 역할을 곧잘 해냈다.
선배들의 공연이 끝나고, 교장 선생님의 간단한 환영인사와 담임발표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배정된 담임교사를 따라 교실을 확인하고 그곳에서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학교에서 그렇게 처음으로 반나절을 보낸 아이들은 가족, 친지들과 함께 식사 내지는 조촐한 파티 등으로 오후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부터 시작될 학교생활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