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는 담임제, 꽃밭일까, 가시밭일까?

by 시골교사

독일 담임제의 특징은 담임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일 초등학교는 4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중‧고등학교의 경우는 9학년 간 2~3년을 주기로 담임이 바뀐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맞는 담임교사를 만나면 4년 내내 꽃밭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시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자기 입맛에만 맞추랴! 독일 학부모들도 담임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약간의 뒷말은 있을지언정, 대세는 그냥 참고 따라가는 편이다.

큰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정년을 4년 앞둔 예순 한 살의 할머니였다. 큰아이가 그녀 교직 생활의 마지막 제자들 중 하나인 셈이다. 처음 담임배정을 받았을 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있는 할머니를 늘 그리워하는 아이가 담임선생님을 통해 그 그리움을 좀 채웠으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무너졌다. 그녀는 전형적인 독일스타일로, 엄격한데다 융통성조차 없었다. 희한하게도 큰 아이와 매우 비슷했다. 아이는 4년 내내 자기와 비슷한 성향의 선생님께 배우며 예전보다 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가 되어갔다.

작은 아이는 그 반대다. 원래 성격이 덜렁거리는데다 약기까지 하다. 눈치가 9단이다. 헌데 담임선생님도 좋게 말하면 마음이 넓은데다 융통성도 충만한, 나쁘게 보면 설렁설렁 일처리를 하는 남자 선생님을 만났다. 그러다보니 아이의 덜렁대는 성격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듯 했다. 사실 이곳 학부형들은 덜렁거리는 교사보단 꼼꼼하고 엄한 선생님을 더 좋아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반의 학습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정 담임제가 가진 단점도 물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잠재력과 능력을 담임이 4년 동안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한 학생을 놓고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그 아이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속적인 만남과 관찰, 평가는 4학년 말에 있는 진학지도를 훨씬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이끈다. 또한 학년 초마다 새로운 반 배치와 담임 배정으로, 담임교사와 학생 모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시간적 낭비와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꽤 괜찮은 제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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