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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여름발표회와 악기 선택

음악학원에서는 매년 학교 강당을 빌려 여름 음악발표회를 개최한다. 시내 곳곳에 전단지를 붙이고, 초대장도 돌린다. 발표회가 열리면 음악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을 데리고 행사에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에는 시‧주(州)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들의 다양한 악기 연주가 주를 이룬다. 가끔 당해 연도 전국 음악대회에서 일등을 차지한 학생이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1부 발표회가 끝나면 학부형과 자녀들이 가장 고대하던 2부 시간이 돌아온다. 주최 측에선 강당 안의 10여개 정도의 작은 방들을 개방해 놓고, 그 방에서 전공 선생님들과의 면담시간을 갖게 한다. 음악회에 참여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각 실을 돌며 악기를 만져보고 불어보고 두드려 본 뒤, 전공 선생님들의 조언을 듣는다. 그런 시간을 가진 뒤 배울 악기를 결정한다.     

큰 아이는 길고 지루했던 2년간의 기초과정을 거친 뒤 플룻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사실 엄마 입장에선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피아노를 살 수도, 빌려다 놓고 연습시킬 수도 없었다. 그러던 참에 천식이 있는 아이에게 플롯이 좋다는 추천에 따라 플롯을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음악경연대회     

살던 도시에선 매년 1월이면 시에서 주최하는 음악경연 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서 1등을 하면 주 대회 참가자격이 주어지고, 거기서 1등을 하면 전국대회로, 다시 그곳에서 1등을 하면 유럽 콩클에 출전하게 된다.(시 대회에서 1등을 해도 25점 만점에 23점 이상이어야 주 대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음악경연 대회 참가에는 나이제한이 있다. 아무리 어린 나이에 출중한 실력을 보여도 11살이 넘지 않으면 주 대회에 참가할 수 없고, 전국 대회까지 나가려면 13살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음악 수준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가 되어야 더 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어린 나이에 천재성이 보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제도적 장치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와 학생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때를 기다린다.     

큰아이가 악기를 배운지 1년이 좀 지나서였다. 레슨 선생님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를 시 대회에 참가시키고 싶다고. 그런 대회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나로서는 선생님의 추천이 황송할 뿐이었다. 이것은 한국 엄마의 극성 때문이기도 했다. 극성이라고 해봤자 연습시간은 하루에 30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정도의 연습은 이곳에서는 극성에 해당한다. 돈도, 시간도 없는 엄마에게 아이의 음악교육은 부담스러운 투자였기 때문이다.      

엄마의 극성 탓인지, 아님 진짜 아이에게 재능이 있었던 겐지, 큰 아이는 시 대회에 참가하여, 세 번 연속 1등을 차지하고, 주대회에 한 번 참가하여 상을 받았다. 그 덕에 킬 지역 신문에 이름이 실리게 되면서 학교와 지역에서도 제법 유명인사가 되어  음악학원에서 주관하는 발표회는 물론이고, 콘서트와 시의 유지급 인사의 생일파티에 종종 불려갔고, 시의회 같은 정치모임에 초청되어 오프닝 연주를 하기도 했다.      

그런 초청연주 후에는 제법 큰 봉투가 쥐어졌다. 작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6~7만원까지. 아이에게는 부끄럽지만 돌아오는 길에 엄마의 마음은 이미 봉투에 가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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