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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지역 축제에도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있다.

독일은 7개의 주 정부로 되어 있다. 각각의 주 정부는 중세 시대부터 지방자치가 이루어져 주마다의 전통과 축제를 잘 보존·발전시켜 오고 있다. 뮌휀 하면 10월의 맥주제, 쾰른 하면 6월의 카니발 등등. 그럼 이곳 킬(Kiel)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매년 6월에 열리는 킬러 보헤(Kieler Wocher)가 그것이다.      

1895년 이래로 진행된 이 축제는 매년 6월 넷째 주마다 열리는, 1,2차 세계대전 시기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열리는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 축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가까운 스웨덴, 노르웨이 등지에서도 관광객이 몰려올 정도의 국제행사로 발전하였다.      

첫 날의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한 주간 주민들은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진다. 시내 곳곳마다 주점과 놀이시설이 들어서고, 각종 문화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또한 이 시기를 이용해 기업들은 신상품을 소개하고 고객을 확보하는데 바짝 열을 올리기도 한다. 킬러보헤(Kieler Wocher) 행사의 꽃은 요트경기이다. 4년마다 50여 개 국에서 5000여명 정도의 선수와 1500여척의 요트가 참여하는 이 경기는 이곳 킬(Kiel)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행사이기도 하다.       

행사기간엔 시내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체험활동, 연극, 콘서트, 마술쇼 등도 마련된다. 아이들 역시 이 축제를 즐길 주체임을 보여주고 있는 게다. 이 때의 모든 체험활동과 연극, 콘서트 관람은 무료!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각 가정에선 행사가 벌어지는 한 주의 오후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오롯이 투자한다. 체험활동의 내용도 해마다 조금씩 바뀌어 축제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 아이들과 축제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활동은 건축이었다. 높은 언덕위에 작은 집을 세우는 활동으로, 아이들이 직접 톱질도 하고, 잘라진 나무토막을 덧대어 망치질도 하면서 한 주간 집을 지어 나갔다. 물론 집의 뼈대는 세워 놓고 시작하고, 사이사이 도우미들이 아이들의 일손을 거들며 집을 완성해 간다. 집을 세우는데 자기 손길을 더해보는 경험이 남다른 추억으로 남게 되길 기대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망치질을 해본다.     

건축체험 후에도 아이들 손을 잡고 종이 만드는 곳으로, 염색 공예장으로, 진흙 체험장으로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인다. 이렇게 하나라도 더 참여시켜 무언가 얻게 하려는 게 부모의 마음인 게다.     

축제 기간에 작은 아이가 유독 관심을 보이며 좋아하던 곳은 바로 승마 체험장이다. 작은 아이는 유난히 말을 좋아했다. 사실 독일 아이들에게 승마는 흔한 취미활동이다. 차로 2~30분이면 승마를 배울 수 있는 농장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다 비용도 주 1회 기준으로, 월 4~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 같은 유학생 부부에겐 이 정도도 큰 부담이긴 하다. 일단 자가용이 없기 때문에 이런 취미를 갖게 하는 건 자체가 무리다. 그런 이유로 작은 아이가 가진 승마에 대한 욕구는 채워지지 못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작은 아이는 책을 봐도 말에 관한 것으로, 옷도, 문구류도 다 말이 들어간 것만 찾아댔다. 그런 아이에게 축제는 기대의 대상이었고, 목마름에 대한 작은 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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