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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조물주 위에 건물주, 독일엔 없습니다

우리가 살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주거형태는 4,5층 정도의 연립주택이다. 고층 아파트는 이곳 도시에는 거의 없다. 굳이 찾자면 도시 외곽의 양 끝에 외국인이 주로 모여 사는 아파트 두 단지가 고작이다. 단독 주택은 도심에서 버스로 2,30분 떨어진 곳에서부터 찾아 볼 수 있는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단독 주택이 훨씬 편하긴 하다. 연립에서 독일 사람들과 어우러져 아이를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전세의 개념이 없다. 자가 주택 아니면, 월세를 내는 임대주택, 두 가지만 존재한다. 참고로 독일인의 자가 점유율은 51.7%(2016.유로스타트통계)로 EU국가 중 가장 낮다.      

임대주택 내지는 월세방은 지역정보지를 활용하여 구한다. 주택이나 방이 구해지면 처음 3개월 치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들어가고, 그 돈은 이사할 때 그대로 돌려받는다. 월세 계약기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이사 가기 3개월 전에만 (주택)관리회사에 해약통보를 하면 원하는 날짜에 바로 이사할 수 있다.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졌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다. 그것은 회사의 문제이지 세입자의 문제는 아닌 게다.     

하지만 이사할 때 3개월 치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의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으려면 살던 집에 하자가 없어야 하고, 정돈상태가 이사 하기 전처럼 아주 말끔해야 한다. 그래서 ‘이사할 때보다 이사 나갈 때가 더 어렵다.’고 한다. 남을 위한 배려인지, 내가 쓴 것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갈 때 벽지 위에 페인트칠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은 필수항목이다.(참고로 이곳은 페인트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집집마다 페인트 도구를 필수아이템으로 갖고 있다.) 유리창도 반짝 반짝 닦아야 하고, 전기스토브의 묵은 때며, 부엌과 화장실 구석구석의 때도 말끔하게 제거해야 한다. 회사 측에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액수만큼 제하고 보증금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청소 중에서도 유리창 청소가 제일 중요하다. 유리창이 거울처럼 반짝 반짝 닦여만 있어도 50점 이상은 먹고 가기 때문이다. 청소 검사받는 날의 날씨도 중요하다. 선호하는 건 우중충하고, 흐린 날! 날이 아주 좋으면 생각지도 못한 곳의 더러운 부분이 드러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모두 운일 뿐이다. 

         

월세와 본겔트(Wohngeld, 주거보조금)     

독일에서 월세는 천차만별이다. 그 가격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주거환경이다. 호수 내지는 공원을 끼고 있는 곳이면 월세는 당연히 비싸다. 그에 비해 오래된 집, 역 근처, 외국인, 특히 터키인이나 러시아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 그리고 단독 주택이라도 도심에서 멀수록 월세는 싸다.      

월세로 7년을 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주인들이 집세를 가지고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부동산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월세가 해마다 내지는, 몇 년 주기로 출렁이지 않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살던 집의 월세는 7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다. 월세에 대해 별도의 계약기간이나 재계약도 없었다. 그래서 재계약을 앞두고 가지는 불안이나 걱정을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다.       

이곳에 월세난이나 월세에 대한 가격 횡포가 적은 이유는 땅덩이가 일단 크고, 산지가 거의 없는 자연환경에서 먼저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거기에 균형있는 지역발전까지! 이렇다 보니 특정지역과 도시로 인구가 쏠리는 현상이 비교적 적게 나타난다.  이런 안정적인 주택 수급상황과 함께, 국가가 철저하게 세입자 편에 선다는 점이 월세난을 막는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즉, 국가는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그리고 임대료 인상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법으로 철저히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법률적 규제와 제도적 장치가 월세의 안정을 가져와 집없는 가난한 서민들을 울리는 일은 없다.     

우리는 보증금 150만 원 정도를 내고 월 50만 원 짜리 월세생활을 했다. 여기에는 월세 25만원, 관리비(17만원)와 각종 공과금(가스비와 전기세,8만원)이 포함되어 있다. 관리비의 비중이 크다보니 집에 하자가 생기거나, 집에 옵션으로 딸린 전자 제품, 예를 들면 전기스토브나 오븐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교체해 주거나 고쳐준다. 수리하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도 따로 묻지 않는다.      

안정된 월세뿐만 아니라 가난한 서민들에게 반가운 혜택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본겔트(Wohngeld, 주거보조금)이다. 이것은 국민들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월세의 일부를 국가가 보조해 주는 제도로, 부모의 소득, 방의 크기, 그리고 자녀 수 등을 고려하여 보조금의 액수가 책정된다.      

이런 제도들로 서민들은 집 없는 서러움과 불안감 없이 그들의 주거권을 보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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