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지현 Feb 13. 2020

밥의 디테일


그간 '코로나 19' 소식 일색이던 뉴스가
요 며칠 새 순식간에 영화 ‘기생충’ 관련 내용으로
모두 바뀌었을 정도로
아카데이미상 수상 소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요즘이죠.

더불어서 이번 수상과 관련해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가장 디테일하면서도 훈훈한 면모가 엿보였던 건,
'사람에 대한 디테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당시,
수상과 더불어 가장 많이 회자 됐던 말이 ‘밥’이었는데요,
배우 송강호씨가 칸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의 정교한 연출력에 늘 놀라지만,
그중 가장 정교한 지점은
밥 때를 칼같이 지켜줬다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밥, 이라는 게, 뭐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감정을 화면으로 담아내고,
한 장면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이동하는
복잡하면서도 힘든 영화 제작 현장에서
밥 때를 지키기란 어쩌면 어려운 일이었는지 모르는데요,

정확하게 밥 때를 지킨다는 것은
휴식과 일의 경계를 나누고,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 그 과정에서 작은 스태프,
어린 연기자들의 수고까지 신경 쓰는 디테일함은
모두가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을 거란 건,
밥의 디테일 하나만으로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흔히, 어떤 일의 결과물을 위해
사람은 쉽게 뒷전이 될 때가 많은데요,
하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일터와 현장의 사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
예의와 배려, 소통만이 기적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
이번 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또 다른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결과 지상 주의와 과정 지상 주의.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 나는 과정 지상주의에 가깝다. 결과야 어떻든 우선 왜 그렇게 했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더 봐주었던 것 같고, 나도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길 바랐다. 물론 1등하지 못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하고, 돈을 엄청나게 벌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일종의 변명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1등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게을러서라거나, 모자라서라거나, 어딘가 문제가 있어서라고 귀결이 될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 원하는 어떠한 분야에서 만큼은 충분한 실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야기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 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본주의 사회에 모든 것이 화폐가치로 환산이 되어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1등을 해야만 대접을 받는 분위기 속에서 '잘 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그 속에서 편법과 불법이 용인되며, 정작 정직하게, 천천히 제 속도로 가는 사람들이 반대로 뒤쳐지는 것처럼 보이는 역효과를 가져와 공정하지 못하고 공평하지 못한 운동장을 만들기 쉽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좋으면 그만이란 인식은 사람을  잊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애초의 의도와 목적, 동기까지도 모두 잊게 만든다. 그 위에 세워진 성공을 과연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성공이란 누군가를 누르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을 의미 있게 세우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과정을 믿는다.

옳은 방향이 좋은 과정을 만들고,

좋은 과정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느리게 가더라도 바르게 간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매일 씁니다]는 매일 쓰는 방송 원고에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조금 더 붙여 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공지능 시대, 뭣이 중헌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