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차별
'먼지'이야기를 하면 걱정부터 되죠?
눈에 딱히 보이진 않지만,
왠지 목도 아프고 눈도 따갑고
우리를 불편하고 아프게 하기 때문인데요,
그 미세먼지만큼이나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게 있습니다.
'먼지 차별'이라 불리는 건데요,
먼지처럼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생활 속에서 흔히 자주 일어나는
다양한 차별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성별과 나이, 신체조건 등에 대해
무심코 던지는 차별적인 발언 같은 건데요,
그동안 너무 당연하다 생각해서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
그렇게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쌓여 있는 것들이
그냥 방치해 두면 언젠가는 우리를 아프게 하는
먼지 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먼지 차별'이라고 한대요.
올해 인권위에 올라온 첫 진정도
바로 이 먼지 차별에 관한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유아용품을 판매하면서 성별로 색깔을 미리 정해 못 박은 것,
그러니까, 생활부터 스포츠 용품까지 모든 걸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란색으로 정해 놓는 건,
유아에 대한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거죠.
사실, 이런 먼지 같은 차별은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흔히 결정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결정 장애'라는 말도 '장애'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올 수 있고요,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
남자는 외향적, 여자는 내향적이고,
지방 출신은 무조건 사투리를 쓴다,
나이를 물으면서 학번을 묻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고정관념 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간과하고 있는 건데요,
물론, 그런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에
'차별'의 의도가 있어서 그런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혹 내가 말해 놓고도 찜찜하고,
누군가의 말이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무례하게 느껴질 때,
혹시 우리가 누군가에게 그러한 먼지 차별을 한 건 아닌지,
혹은 그런 차별을 당한 건 아닌지,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의식적 사고와 행동을
예민하다 유난하다 터부시 하지 않고,
다시금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세대와 인종, 지역과 학벌, 성별 등으로 인한 갈등이 없는
좀 더 건강하고, 모두가 편하고 즐거운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