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W살롱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지현 Oct 06. 2020

관습에 NO, 내 인생의 ON

 [W.살롱]시즌3 프롤로그 NO:ON


모두가 'NO'할 때 'YES'예스하는 사람, 모두가 'YES'할 때 'NO'하는 사람은 세상에 사오정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튀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우리 민족은 참 통일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오래도록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으며 하다못해 짜장면 집에서도 통일을 외쳐댄다. 모두가 짜장면 먹을 때 혼자 짬뽕을 먹겠다고 말하면 역적이 되는 분위기다.


이런 '우리는 하나' 같은 분위기는 사실, 어릴 때부터 우리 몸에 체화되어 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운동회 때마다 전교생이 연습했던 마스게임부터 학창 시절 우리를 모두 쌍둥이로 만들었던 단발과 하얀 발목양말까지. 그리고 학생답게, 여자답게, 남자답게, 그 '답게'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늘 시기마다 상황마다 세상이 정한 틀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의심 없이 삶도, 감정도, 생각도 그 틀에 맞췄다. 개별성은 없고 총체성만 남는 과정이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학과 선배들이 냉면 그릇에 막걸리를 부어와 마시라고 했다. 그걸 마셔야 진정한 대학생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원서 대금을 치르고 시험을 통과해 받아낸 합격증은 그 막걸리 사발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회생활 초년 시절, 어리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식당에만 가면 수저를 놓고 물 컵을 챙기는 일을 당연한 듯 수행해 냈다. 통과의례라는 이유로, 늘 그래 왔다는 관습적인 이유로. 그때는 모르고 따랐으나 돌이켜 보면 너무도 바보 같았던 그 '짓'들 때문에 지금의 내 마음이 요동을 친다. 당당히 거부하지 못했던 내가 수치스럽고, 거부할 수 있음에 대한 권리를 생각지 못한 나의 무지(無知)가 부끄러워서.


개별성이라는 것은 없앤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의 마음이 요동을 치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누군가는 뒤늦은 '사십춘기'를 겪기도 하고, 갱년기의 감정 변화에 삶이 송두리째 휘둘리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날 뒤늦게 찾아온 삶의 공허함과 위태로움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일찍부터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강요되거나 관습적으로, 습관적으로 해 오던 것이 아닌 내 마음이 원하는 그 무엇을 찾는 연습 말이다.


모난 돌이 정 맞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하던 시대는 갔다. 모난 돌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가만히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되는 세상이다. 다 같은 삶을 사는 사회보다 다양한 삶이 어우러진 사회가 더 건강하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의 방향과 가치를 남이 정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비교과 경쟁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치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에 묻어가는 삶이 아닌, 혼자여도 괜찮은 나만의 가치와 내가 즐거운 삶을 세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라고 할 수 있는 소신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당신은 그러한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작가의 말> [W.살롱]은 대구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여성 소셜 커뮤니티'입니다. 시즌 별로 주제에 맞는 독서토론과 영화감상 토론, 에디션 발간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W.살롱] 세 번째 시즌 <NO:ON - 관습엔 NO, 내 인생의 ON>을 시작하는 글입니다.


[W.살롱] 첫 번째 에디션 <밥> 그리고 두 번째 에디션 <쓰는 여자>
매거진의 이전글 그 해, 그 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