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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현 Feb 06. 2020

엇박자

‘엇박자’는 손발이 맞지 않거나,
일이 어그러질 때 쓰는 표현이지만,
음악에서는 정박자 보다 세련되고,
감정을 풍부하게 끌어올리는 효과를 주고요,

맞춤법이 틀리거나 맞지 않는 표현도
평소에는 잘 못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문학에서는 더 큰 감동을 주는
시적 허용으로 간주되기도 하죠.

우리 삶은 늘 정확한 박자와 표준을 이야기 하는데,
때때로 틀린 글자와 엇박자가
더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뭘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빡빡한 생활 속에서
쉼표가 돼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번쯤은 계획하지 않았던 일,
일정에 없던 일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뜻밖의 해방감, 짜릿함 또는 즐거움...
그런 생활 속 엇박자는
시적으로 허용해 줘도 좋지 않을까요?


친구도 약속해서 만날 때 보다 우연히 길을 가다 마주칠 때가 더 반갑고, 매일 듣던 음악도 의외의 장소에서 들을 때 더 감동이 된다. 노는 것도 바쁜 중에 땡땡이 치고 놀아야 더 즐겁고, 먹는 것도 몰래 먹어야 더 맛있는 것 처럼. 역시 짜릿함은 부족함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 또 모레가 될 챗바퀴 도는 일상 속에서 우린 무미건조한 시간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속엔 분명 쉼표가 필요하다.

우리 삶에서 엇박자들은 좀 많아도 괜찮지 않을까. 익숙해서 권태로워질 정도가 아니라면, 너무 어긋나서 혼란스러워질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너무 성실하면 실성한다.


# [매일 씁니다]는 매일 쓰는 방송 원고에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조금 더 붙여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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