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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현 Feb 07. 2020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한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서
‘사랑해’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검색했더니,
52,379곡이 나오더라고요.
엄청나죠?

그런데, ‘미안해’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했더니,
달랑 835곡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굳이 곡수를 따져보면,
67곡 당 1곡 정도가 됩니다.

그러고 보면, 노래뿐만이 아니라
살면서 ‘미안해’라는 말은선뜻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생기면 은근슬쩍 넘어가게 되기도 하고,
굳이 따지고 드는 사람에게는
더 화를 내는 일도 있고, 말이에요.

희한하죠.
미안할 땐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왜 어색할까요?
사랑도 사과도 솔직하게 할 줄 아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못마땅해 하는 광고가 하나 있다. (결코 별로라서가 아니라 지극히 사적으로 내 마음과 맞지 않아서다. 오해 마시길.) 바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라는 초코파이 광고다. 도대체 말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안단말인가.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 해도 사랑한다, 아낀다는 표현을 해야 서로의 마음이 더 공고해지고, 부모자식 간에도 사랑의 표현이 넘쳐나야 정서적 안정을 이룬다고 하는데, 표현은 않겠으나 넌 느껴야 한다는 건, 무슨 논리란 말인가.


사실, 흔하게 농담조로 혹은 표현하기가 쑥스러워서 그렇게들 말하곤 한다.

"에이, 알면서 뭘 그래~",

"뭐, 꼭 말로 해야 아나? 척하면 척이지."

물론, 백 마디 공수표 같은 말보다 진심어린 한 번의 행동이 감동일 때가 있지만, 말로 하지 않는 표현은 판단을 오롯이 상대방의 감정에만 맡겨둠으로써 오해와 갈등을 불러오기도 쉽다. 소통관계, 대화와 공감에 있어서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건, 모순이다.


우리의 사고 구조는 언어의 지배를 받는다. 속으로만 생각해서는 사고한다 말할 수 없다. 아이가 첫 걸음을 떼기 위해 수천번을 넘어지고, 엄마라는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옹알이만 수개월을 하는 것처럼, 말도 연습이고 반복이다. 하다 보면 늘고, 표현이 늘 수록 우리의 관계도 풍요로워 질 것임은 분명하다.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 그 어디에도 없다.


# [매일 씁니다]는 매일 쓰는 방송 원고에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조금 더 붙여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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