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은 잘 모르겠어
솔직하게 진심을 꺼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예의 바르게 포장된 모습만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으니까. 그런데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느 시점부터는 아예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새로 사람을 알게 되고 가까워지고 하는 그런 일들에 명확한 한계가 보이는 요즘이다. 어느 정도 친해졌고 개인적인 만남도 갖지만, 공공연하게 얘기하기는 어려운 속마음까지 말하는 것은 꺼려진다. 그 사람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런 얘기를 하면 나에게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믿고 털어놓았다가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적정히 괜찮아 보이는 말만 한다.
사람 자체에 대한 믿음이 많이 떨어졌다. 내 얘기가 궁금하기는 할까? 어렵게 털어놓은 것을 별 것 아니라고 여기지는 않을까? 아니면 더 나아가 이게 나의 약점이 되어 돌아오면 어떡하지? 입을 떼기 전에 걱정만 한 트럭이다. 한 번 내뱉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데, 상처받을 위험을 한껏 짊어져야만 솔직해질 수 있는 거라면 그냥 안 하고 싶다. 모두와 피상적인 관계에만 머무르고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더라도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모자란 문제투성이 인간이라서 그런 건지, 솔직함이 좋은 기억을 가져다준 적이 거의 없다. 마음에 없더라도 그냥 부드럽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게 안전하고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입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