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할 수 없던 말들, 하지 않았다면 좋을 말들

by 권권우

*제목에 브로콜리너마저의 「말」의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상처를 입히고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두려워 입을 닫았던 순간이 있고, 후회할 것 같아서 혹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을 뱉었던 때가 있다. 아쉽지만 어떤 경우에도 후회가 남지 않았던 적이 없다. 침묵해야 할 때는 언제인지, 소리내야 할 때는 또 언제인지 구별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불합리한 일이 생기면 화가 나서 따지고 싶다. 상대의 잘못됐다고 느끼는 점에 대해 하나하나 지적하고 당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드러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남는 건 무얼까. 내가 옳다는 보장은 있나? 어리석은 쪽은 내가 아니었을까? 설사 내가 옳았고 그가 틀렸다 한들, 내 말이 무얼 바꿀 수 있기는 한가?

이러한 위험을 모두 짊어질 각오를 하고 쓴소리를 내뱉는 건 상대에게 그보다 더한 애정을 갖고 있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요즘 그 무엇에도 그 정도의 애정을 갖고 있지 못하다. 처음부터 나는 그런 냉혈한이었던 건지, 아니면 벌써 바닥이 난 건지.


나는 이렇게 널 생각하는데 너는 왜 나를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느냐고, 왜 그렇게 나를 혼자 내버려 두었냐고도 묻고 싶었다. 낯선 호의에는 네가 언제부터 내 생각을 했냐고 퉁명스러운 반응을 일부러 보이고도 싶었다. 근데 그렇게 하면 뭐하나. 너는 내 사람이 아닌 걸. 징징대봤자 나에게 오지 않을 텐데. 왜 서로 기분 상해야 할까. 아무 일도 아니라고 씩 웃으면 평화로울 수 있을 텐데.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홍은 준고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너를 만나면 왜 그때 나를 혼자 내버려 두고, 붙잡지도 않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지나간 일이니 이제 중요하지 않고, 그때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

그래, 중요한 건 그때 너와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가 아니다. 다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도 그때와는 더 멀어질 일만 남았으니까. 그냥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좋은 추억으로 잘 간직하겠다. 그러니 너도 너의 자리에서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하지만 나와는 다시 만나지 말자. 너에게 하지 못한, 하고 싶었던 내 말들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까. 그럼 나는 또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후회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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