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잘 떠오르질 않아

by 권권우

답답한 마음이 들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 글을 쓰곤 했다. 글로 생각을 표현할 때면 매체 안에 나를 숨길 수 있었고, 그래서 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조리있게 말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많은 경우에 말보단 글을 택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좀 더 글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선 사진이 주가 될 때가 더 많았고, 거기엔 실제 지인들도 꽤나 있어서 감정에 집중한 글을 쓰기가 쉽지 않더라. 일기장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듯이, 지인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 놓고 휘갈기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이 플랫폼에선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마음 놓고 막 뱉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여기로 왔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기로 하고, 정기적으로 연재를 하다 보니 해소가 아니라 숙제처럼 느껴진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려 하니 뭐가 써지질 않는다. 이 매거진의 주제를 생각하면 그럴싸한 완결을 낼 수도 없을 것 같고.

고독과 화해하고 싶어서 제목을 지었는데 솔직히 완전히 화해하는 건 죽을 때까지도 못할 거다. 화해하지도 못했는데 완결이 나면 그게 대체 뭔가 싶고, 마냥 붙잡고 있자니 했던 얘기를 계속 반복하기만 할 것 같다.


기가 막히게 문장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소재도 흔해빠진 에세이, 전문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도 있는 이 글들을 언제까지 쓸런지. 아무래도 올해 안으로 이 매거진은 내려놓아야할 것 같다. 정기 연재는 나랑 안 맞아. 게다가 주 2회는 진짜 죽을 맛이다. 주제라도 좀 명확했다면 기획하는 글쓰기라도 시도해볼텐데 주제가 너무 추상적이다 보니 그것도 안되겠다. 처음부터 기획 같은 거 하기 싫어서 이런 주제를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피로해졌다. 맨날 우는 소리 하는 거. 이 주제 안에서 긍정적인 얘기를 하려면 실제로 내가 상태가 좋아져야 하는데, 지금의 내가 최악은 아니지만 솔직히 좋진 않다. 가벼운 얘기를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매거진하고는 맥락이 안 맞는 시답잖은 소리만 가득이라서 안된다. 고로 2026년이 되기 전에 이 브런치북을 끝낼 것이다. 꼭 그렇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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