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도 않고 버티는 법, 스투키가 알려줬다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화분이 하나둘 쌓인다.
‘축영전’, ‘축승진’ 같은 리본이 달린, 화려한 포장지의 화분들.
받을 때는 고마웠다.
그런데 책상 위에 올려놓는 순간부터 묘하게 무게가 느껴졌다.
마치 “앞으로 네 자리에서 오래 뿌리내려라” 하는 덕담을
묵직한 초록 잎사귀로 건네는 것만 같았다.
부서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넸다.
“인테리어에 좋아요. 풍수지리에도 좋다잖아요.”
대부분은 웃으며 받아갔다.
남은 녀석이 하나 있었다.
끝내 입양되지 못한 화분 한 개.
또 처치 곤란이네, 하면서도 결국 집으로 데려왔다.
⸻
나는 소위 ‘식물 킬러’다.
누가 보기엔 멀쩡한 초록 잎도, 내 집에 오면 기묘하게 시들었다.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기에 덜 주면 마르고,
잊지 말고 챙기라기에 자주 주면 썩었다.
결과는 늘 같았다.
집에 들인 식물은 며칠 안 가 처치 곤란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 녀석은 조금 달랐다.
⸻
창가 한쪽에 자리만 잡아주고,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다.
아침마다 스치듯 지나가며 ‘아직 살아있나’ 하는 정도였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어느 날 문득, 이름이 궁금해졌다.
검색창에 ‘긴 잎, 창 모양, 초록색’이라고 입력하니
정체가 드러났다.
스투키.
사진과 함께 설명이 이어졌다.
“물을 거의 주지 않아도 되고, 한 달에 한 번만 줘도 충분하며, 초보도 살리기 쉽다.”
별명은 ‘식물계의 좀비’.
웬만해선 죽지 않는 생명력이라니, 피식 웃음이 났다.
드디어 나와 맞는 상대를 만난 것 같았다.
그날부터 ‘물은 달에 한 번’이라는 규칙을 정했다.
⸻
정말로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줬다.
그마저도 깜빡해 이주 더 밀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스투키는 묵묵히 잎을 세운 채 버티고 있었다.
어느 날, 잎 끝에서 새순이 올라오는 걸 발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억척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얘 왜 이렇게 나 같냐?'
남들 다 잘 나가는 자리에 앉을 때
제자리에서 버티며 애쓰는 나처럼.
⸻
웬만해선 쓰러지지 않는 스투키처럼
애달파도 내일 회사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루를 다시 살아내야지.
아마도 나는, 이 초록 좀비와 꽤 오래 버틸 것 같다.
누군가의 칭찬에 들뜨지도,
채찍에 움츠러들지도 않고,
그냥 제 자리를 지키며 하루를 견디는 것.
그 단순한 일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조금 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그게,
내가 내일도 살아내야 할 방식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