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치킨 대신, 간절함을 올려두었다
올해 초, 나는 다짐했다.
일주일에 두 번은 뒷산에 오르자.
거창한 결심은 아니었다. 체중계 숫자에서 5kg만 지워도 세상이 조금 가벼워질 것 같아서였다. 그 정도면 작고 조용하게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두 계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산은 제때 옷을 갈아입었다. 봄이면 작은 풀들이 고개를 들었고, 여름이 오자 나무들은 길 위에 두툼한 그늘을 깔아주었다. 그 풍경을 배경 삼아 라디오를 들으며 오르는 길은, 나만의 소박한 의식이 됐다. 오르다 보면 땀도 나고, 괜히 ‘이 정도면 오늘 치킨 한 마리쯤은 괜찮겠지’라는 핑계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서 문제지만.
의식처럼 산을 오르던 중, 계절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작은 돌탑이었다.
처음 봤을 땐 세 개쯤 올려놓은, ‘탑’이라 부르기 민망한 높이였다. 그런데 오늘은 제법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누군가가 조금씩 덧쌓아 온 흔적이었다. 작은 돌들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이 묘하게 사람 같았다.
오래된 철봉과 벤치프레스가 있는 작은 '산스장' 나무 아래. 운동하러 왔다가 덤으로 소원까지 빌고 가는 걸까. 땀과 바람, 그리고 간절함이 같은 공간 안에 있었다.
잠시 그 첫 주춧돌을 올린 사람을 상상한다.
취업 성공, 주식 대박, 혹은 당뇨병 퇴치.
그 돌 위에는 아주 사적인 간절함이, 그러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바람이 얹혀 있었을 것이다.
나도 오늘 돌 하나를 올렸다.
너무 무겁지 않은, 그렇다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 정도의 크기. 그리고 속으로 빌었다.
“제발 10kg만 빼게 해 주세요. 그리고 내려가서 치킨 안 시키게 해 주세요.”
누군가는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 바람은 제법 절실하고 진지하다.
이 간절함의 틈 속에 당당히 돌 하나를 올릴 자격.
실패 확률이 꽤 높은 도전에 참가한 나로서는 충분히 있었다.
돌을 올리고 내려오는 길, 나는 혼자 피식 웃었다.
혹시 내 소원이 이뤄져서 체중이 빠지면, 그때는 이 돌을 빼야 하나? 그리고 이렇게 적어둘까.
“이 돌은 치킨 대신 삶은 달걀을 먹은 날의 기념입니다.”
다음 뒷산 오르는 날이 기다려진다.
그때는 돌탑이 더 높아져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 마음을 비우고 돌을 내려놨을까.
어쩌면 삶이란, 이렇게 쌓았다가 내려놓는 일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언젠가, 내 소망도 이 돌탑 어딘가에 묻혀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이런 귀여운 소원을 빌었대”
하고, 작게 웃음을 남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