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가 살아난 공무원

아이고, 살아 있었구먼.

by 메종무던

드라마 속 악역은 대본이라도 있는데,

현실의 악성 민원인은 대본도 없이 등장한다.

등장 타이밍은 언제나 기막히고, 대사의 수위는 늘 상상을 초월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난다는 그 ‘운명적 존재’.

내 차례가 도착했을 뿐이다.


한때 내 담당 업무는 불법 간판 단속이었다.

이 거리를 조금 더 말끔히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그게 서로의 해묵은 감정을 건드리면 곧장 전쟁이 시작된다.


맞은편 두 가게 주인들이 그랬다.

매일같이 불호령처럼 내 전화를 울렸다.


“저 집 간판부터 치워 달라.”

“아니, 우리 집은 괜찮으니 저쪽부터 치워라.”


나는 최대한 차분히 법적 근거를 설명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로운 억지가 터져 나왔다.

민원인의 창의력은 샘물 같았고

물줄기를 막으면 막을수록 더 솟아올랐다.


서로를 향한 다툼은 점점 거칠어졌고,

그 사이에서 나는 매일 판사도 아닌데 재판을 서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몸이 무너졌다.

밤낮없이 울리는 전화,

업무보다 더 집요한 항의들.

모든 걸 받아내다 결국 몸속 전선이 끊어졌다.

피부에 붉은 띠 모양의 물집이 번졌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스트레스가 신경을 건드린 겁니다. 대상포진이에요.”


그래, 맞다.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큰 사건이 아니라,

끝없이 반복되는 작은 파도다.


며칠간 출근을 하지 못했다.

몸은 앓았고, 마음은 더 불안했다.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터지고 있을까.’

‘또 어떤 전화가 쏟아지고 있을까.’


그러나 정작 내가 모르는 사이,

사무실에는 전혀 다른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다.

그 가게 주인들이 사무실을 찾아와 나를 찾았다.


“그 직원, 언제 나오는거여?“


팀장님이 무심하게 사실을 답했다.

“언제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짧은 대답에 그들의 얼굴빛이 변했다고 했다.

민원인들의 상상은 생각보다 훨씬 멀리 달려가 버린 것이다.


며칠 뒤, 몸을 추스르고 현장에 다시 나갔을 때.

나를 보자마자 가게 주인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아이고, 살아 있었구먼!”


귀를 의심했다.

살아 있다니. 내가 언제 죽을 뻔했단 말인가.


곧이어 들은 해명은 더 기막혔다.


“요즘 뉴스 보니까, 민원 때문에 공무원들이 많이 힘들다고 하던디.

근디 그쪽 주무관이 며칠째 안 나온다 해서… 혹시 나 때문에…”


나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내 결근이 어느새 ‘사망설’이 되어 있었다니.


그제야 그는 사과를 했다.

“고집부려서 미안했고 이제는 안 그럴 것이여.”


며칠간 앓아누운 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휴전 협정의 서명식이 되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억지를 멈추게 한 건 법도 제도도 아닌

내 사망설이었다는 사실이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귓가에는 여전히 그 인사가 맴돌았다.

“아이고, 살아 있었구먼.”


웃음을 삼키다 생각했다.

저승사자가 아니라,

가게주인들이 내 명줄을 쥐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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