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과 미완을 가르는 얇은 시간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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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차이
밥알 하나에도,
익음과 설익음은 숨 한 번 차이.
닫히는 문은
단 5초의 늦음으로 등을 돌리고.
쿠키 속은
2분의 성급함에 주저앉는다.
큰 간격은 없다.
늘
‘한 끗’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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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이 고장 났을 때, 나는 냄비밥을 처음 시도했다.
쌀과 물, 그리고 시간을 지키면 된다고 했다.
불은 이미 약하게 줄여두었고, 부엌은 고소한 밥 냄새로 가득했다.
주린 배는 자꾸만 시계를 보게 만들었다. 타이머는 아직 3분을 남겼는데, 머리는 어지럽고 눈앞은 흰 김에 자꾸 가려졌다.
결국 뚜껑을 열었다.
김은 구름처럼 완벽하게 피어올랐지만, 숟가락 끝에 닿은 밥알은 아직 덜 여물어 있었다.
겉은 익은 듯 부드러워 보였지만, 속은 단단했다.
그 질감은 기다림을 놓친 내 성급함과 닮아 있었다.
아침마다 마주하는 엘리베이터도 비슷하다.
8층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꼭 7층에서 먼저 문이 열린다.
“조금만 더 서둘렀더라면.”
늘 같은 후회가 입술에 맴돈다.
찰나의 늦음은 버스를 놓치게 만들고,
버스를 놓친 발걸음은 또 하루의 박자를 어긋나게 한다.
닫히는 문 앞에서 흘린 한숨이, 하루의 첫 호흡이 된다.
쿠키를 구울 때도 그랬다.
오븐 속 반죽은 황금빛으로 부풀어 올랐고, 유리창 너머 모습은 이미 작품 같았다.
레시피는 ‘2분만 더’라고 말했지만, 기다림은 괜히 엄살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둔다고 달라질까 하는 조바심이 결국 내 손을 움직였다.
서둘러 꺼낸 쿠키는 식으며 속이 주저앉았다.
겉은 멀쩡했지만, 한입 베어 물자 부스러기 사이로 끈적임이 묻어났다.
결국 맛을 완성하는 건 반죽이 아니라, 그 몇 분의 기다림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장면은 늘 생활 속에 숨어 있다.
찌개가 깊어지기도 전에 불을 끄고,
커피가 다 내려오기도 전에 잔을 빼내어,
아직 밍밍한 첫 모금을 삼켜버린다.
조급함은 결과를 흐트러뜨리고, 그 작은 차이는 어김없이 흔적을 남긴다.
나는 자주 완벽을 놓치며 산다.
설익은 밥처럼, 속이 꺼진 쿠키처럼, 닫히는 문 앞에서 흘린 한숨처럼.
하지만 그 미완의 순간들이 전부 아쉬움만은 아니다.
오히려 덜 익은 밥알의 단단함, 쿠키 반죽의 묘한 질감, 엘리베이터 앞의 짧은 멈춤이 내 일상을 기억하게 한다.
완성보다 어설픈 것들이,
원래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