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야 좋은 것

편견과 기대라는 이름의 투명한 벽

by 메종무던

우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들이 서 있다. 편견과 기대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려진 투명한 장벽들이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사무실 복도에서 마주치던 한 동료의 모습이 떠오른다. 계산 실수는 잦고 꼼꼼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 '저런 사람과 무슨 일을 함께하겠어.' 이미 단정 지어버린 탓에 더 알아볼 이유조차 찾지 않았다.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쓴 채 그의 진면목을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운명처럼 한 프로젝트를 함께 맡게 되었을 때,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과 마주한다. 세부적인 수치 계산에는 서툴지 몰라도, 전체의 흐름을 읽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현실로 풀어내는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탁월했다. 작은 실수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큰 재능이 그곳에 있었다.


그제야 깨닫는다. 좋은 동료를 곁에 두고도 편견이라는 벽 때문에 스스로 가능성을 가려왔음을. 내가 놓쳐온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기대라는 또 다른 벽은 더욱 교묘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달콤한 의존. '이 정도는 해주겠지.' '내 마음을 당연히 알아주겠지.' 근거 없는 확신이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기 시작했다.


돌아오지 않는 호응 앞에서 서운함은 금세 실망으로 변했다. 상대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건만, 변한 것은 오직 내 마음뿐이었다. 기대라는 보이지 않는 무게를 모른 채 얹어두며 소중한 관계를 서서히 짓눌러왔던 것이다.


편견은 사람을 작은 틀 안에 가두고, 기대는 관계를 무거운 짐으로 만든다. 투명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어느 것보다 단단한 벽들. 그런데 그 벽이 깨질 때 비로소 진짜 모습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깨져야 좋은 것들이 있다. 편견이 사라질 때 드러나는 사람의 본모습, 기대가 무너질 때 찾아오는 관계의 가벼움. 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이해와, 부서진 자리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신뢰.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다층적이고, 관계는 내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야 한다. 완벽한 기대 속에 갇힌 관계보다, 깨진 뒤의 솔직함이 때로는 더 단단하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쌓아 올리는 일보다 허무는 일이 더 큰 용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 순간의 흔들림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된다는 것, 벽이 깨진 자리에서야 비로소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것을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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