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취향의 자리

잃어버린 것들이 남긴 허기

by 메종무던

단골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바삭한 튀김옷 속에 두툼한 고기를 품은 정통 경양식 돈가스, 요즘은 보기 드문 방식이라 더욱 귀했다. 나이프가 두 개씩 놓인 식탁은 손님이 올바른 매너로 음식을 대하기를 바라는 듯했고, 작은 디테일까지도 주인의 성의가 배어 있었다. 따끈한 수프와 식전빵은 늘 입맛을 열어주었고, 낡은 의자와 희미한 조명까지도 풍경의 일부처럼 다정했다. 코로나 이후 배달을 시작하면서는 일요일의 아침과 점심을 늘 그 돈가스로 대신했다. 집 안에서도 작은 레스토랑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은근한 위로가 되어주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배달앱에서 그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직접 가게 앞으로 향했을 때, 문 앞에는 짧은 인사만이 붙어 있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가게 사정으로 운영을 종료합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내가 후기를 조금 더 정성껏 남겼어야 했을까, 요즘은 젊은 손님들이 일식 돈가스를 더 선호해서였을까, 아니면 사장님이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걸까.' 작은 종이 한 장이 하루 종일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취향은 분명해진다. 새로운 것들이 가져오는 설렘도 좋지만, 결국 오래도록 붙잡히는 건 내 몸과 마음에 익숙하게 스며든 것들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찾아낸 나만의 취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고, 그만큼 소중해진다. 그래서 예기치 않게 잃어버리게 될 때, 그 빈자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한여름, 꼭 맞는 바지를 산 적이 있다. 입을 때마다 시원하고 편안해, 이 옷이 아니었다면 계절을 버티기 더 힘들었으리라 여겼다. 무릎이 밉게 튀어나왔을 무렵 하나 더 장만하려 했을 땐 이미 매장에도, 온라인에도 재고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작은 실망이 여름 내내 따라다녔다.


어떤 공연이 있었다. 큰 기대 없이 보았던 작은 연극이 뜻밖에 내 마음을 붙잡았다. 무대 위 배우들의 호흡이 다소 거칠고 서툴렀지만, 그 솔직함이 오히려 나를 끌어당겼다. 다시 보고 싶어 서둘러 예매했으나 관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연은 취소되었다. 허무하게 끝나버린 그 시간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동시에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기억을 더 선명하게 했다. 그렇게 단 한 번의 관람이 오히려 내 안에서는 오래 이어졌다.


좋아하는 것들은 언제나 두 번을 약속하지 않는다. 한 번의 기회가 전부일 수 있다. 그래서 눈앞에 있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온전히 누려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음식 한 접시, 몸에 맞는 옷 한 벌, 무대 위의 한 장면까지.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오히려 마음을 가장 깊게 흔든다.


사라진 자리 위에 남는 건 그리움이다. 다시 오지 못할 순간일수록 더 선명해지고,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옅어지지 않는다. 다만 그리움의 무게가 곧 서운함이 되고, 아쉬움이 되어 오래 마음에 머문다. 내가 애써 모아 온 취향의 풍경들이 그렇게 하나둘 사라져 갈 때마다, 그 빈자리에서 오래 서성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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