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김없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
우리 부부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과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삶은 불확실하고, 때로는 불행과 두려움이 연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우리는 다온이가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또 하나, 지금 시대에서 빠지면 안되는 교육이 경제 교육이다. 다양한 학자와 기업인, 인플루언서들이 경제 관념에 대해서 논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 교육이란 단순히 돈을 잘 다루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선택의 책임을 경험하고, 장기적인 사고를 기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들은 7살(만 5세)부터 용돈을 스스로 관리하게 하고 있다.(현재는 개인 금고를 활용하고 있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부모가 무조건 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돈으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체감하도록 돕는다. 돈이란 단순히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선택과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어릴 때부터 몸으로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매월 10만 원씩 아들 계좌에 저축하고 있으며, 1,000만 원이 모이면(100개월이 되는 시기) 직접 투자를 경험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자산 증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산의 등락을 경험하며 돈의 속성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돈의 흐름을 아는 것이지, 돈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루마불 같은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게임을 통해 돈의 흐름과 선택의 중요성을 익히도록 하고 있지만, 단순히 이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돈을 다룬다는 것은 결국 선택을 잘하는 것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하는 과정으로 사용하고 있다.(가족오락으로 최고이기도 하다) 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굴리는지가 결국 삶(게임)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놀이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솔직히 이 부분은 다온이가 나보다 더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성인이 된 후 재무 관리를 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아들에게 목돈을 줄 계획이다. 하지만 이 돈은 아들의 삶을 대신 살아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돈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들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 때까지 내가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아들이 이미 돈을 스스로 다룰 줄 알고, 돈이 주는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이 돈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다온이의 삶을 설계하는 자원이 되 길 희망한다. 중요한 것은 이 돈이 아들에게 자유를 주는 도구가 될지, 오히려 짐이 될지는 다온이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 부부와 아들은 서로에게 완전한 독립이 완성될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런 경제적 관념 교육 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내는 힘, 즉 자기 효능감과 끈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지혜로운 아내가 전담해서 교육하고 있으며, 나는 이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공부든, 일이든, 삶에서 주어진 과제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경제적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다. 세상은 불확실하고, 실패와 좌절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자기 효능감이 있다면, 경제적 지식은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위한 중요한 무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교육과 양육의 바탕에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 우리는 아들이 ‘구김없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이는 삶을 악착같이 버텨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려와 여유를 무의식에 장착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흔히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치열한 환경 속에서 성공을 이루지만, 그 과정에서 여유를 잃고 배려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아들이 그런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자의 자녀처럼 모든 걸 손쉽게 얻는 삶을 주고 싶지도 않다.(그럴 능력이 없..) 아들이 경험하는 삶이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살만한 세상’ 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돈이 많아서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태도를 가졌기에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 그게 우리가 아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제 교육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돈이 있든 없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기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부모로써 돈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을 살 만한 곳으로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경제적 독립을 위한 도구를 쥐여주되, 그것을 다룰 줄 아는 태도와 정신을 먼저 기르는 것. 이것이 우리가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이며, 우리가 가진 교육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