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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꿘새댁 Jan 12. 2024

결혼, 해보니 어때?

풋풋한 신혼 꿘새댁의 결혼에 대한 솔직 후기

 지난주 토요일 결혼하고 두 달 만에 내 부케를 받아준 친구를 만났다. 정규직으로 취업한 첫 회사에서 동기로 만난 우리는 나이도 동갑에 둘 다 빵순이라는 이유로 회사 점심시간에 종종 커피와 빵을 먹으며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입사한지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친구가 퇴사 선언을 했고, 아무리 설득해도 친구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전쟁터 같았던 사회 초년생의 회사 생활에 한줄기 빛 같던 동기가 퇴사를 한다고 하니 너무 막막했고, 아쉬운 마음은 쉽게 달래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친구의 퇴사 날짜가 금방 다가왔고, 우린 둘만의 송별회로 퇴근 후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우린 서로가 소울메이트임을 직감했다. 그렇게 친구의 퇴사 이후에도 우린 주기적으로 만나며 20대 청춘부터 현재까지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30대 초중반이다 보니 결혼이 대화의 핫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 이미 유부초밥의 세계에 입성한 친구들은 결혼하니 어떻냐는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그들의 질문은 오히려 이런 쪽이다. 

"남편이랑 잘 맞아? 싸우진 않고?" 뭔가 싱글인 친구들의 질문보다는 한층 현실적인 느낌이다.

반면, 아직 싱글인 친구들은 내 부케를 받아준 친구의 질문과 같은 유형의 질문을 한다. 

"결혼, 해보니 어때?" 


 뭐든지 새로운 걸 하게 되면 최소 3개월은 적응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터라, 결혼한 지 이제 고작 100일도 되지 않은 내가 질문에 답변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좀 머쓱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내 친구들은 ISTJ 성향, 그중에서도 극 T 성향인 나의 감정이 배제된 직관적인 답변을 듣는 것이 좋다고 한다. 참고하기 좋은 현실적인 답변이라는 평가. 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솔직하게 그리고 리얼하게 나의 느낀 점을 몇 가지 얘기해 주었다.


 첫째, 결혼할 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틀렸다. 난 생각보다 보수적인 사람이라 예전부터 내려오는 어른들의 말씀은 대부분 맞는다고 생각한다. 마치 인생의 진리인 것처럼. 결혼 전 남자를 만날 때, 나는 내가 선호하는 남자의 체형이 확고했다. 키가 크고 어깨와 등이 넓은 섹시한 사람. 솔직히 그냥 한마디로 자기 관리 잘하고 몸 좋은 그런 사람을 선호했다. 내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엄마는 내게 외모가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면서 더 중요한 것들을 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러나 나는 호불호가 확실한 성격이라 내가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타협하거나 포기할 줄 몰랐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난 내 이상형에 가까운 현재 남편과 결혼했다. "오빠는 잘생긴 건 잘 모르겠어. 근데 오빠는 내 스타일이야." 이게 T 성향인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다. 남편은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참 애매한 칭찬이라는 반응이지만 나에게 이건 진심 어린 칭찬이고 아직도 남편을 보면 설레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렇게 내 스타일인 사람과 결혼을 해도 집에서 보는 서로의 모습은 밖에서 보는 모습에 비해 훨씬 인간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까치집 머리를 보기도 하고 내 머리 역시 헝클어져있다. 탱탱 부어서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든 얼굴도 종종 보게 된다. 그렇게 서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과 결혼해도 서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면 초반의 설렘은 사라지고 점점 편해지기 마련인데, 만약 내 이상형이 아닌 사람과 결혼했다면 이런 모습이 얼마나 안 끌릴까?'

그래서 외모 빼고 나머지는 다 좋은 남자가 있다며 연애상담을 하는 친구들에게 난 확신에 차서 조언한다. 

"명심해, 밖에서 만날 때 보는 그 모습이 그 사람이 최고로 꾸민 모습이야."


 둘째, 엄마 옆이 제일 편하다. 엄마 옆이 제일 편하다는 건 정말 세상의 진리인 것 같다. 난 결혼 전에 내 속옷도 내 손으로 빨아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집안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집안일에 관심이 없을 수 있었던 건 엄마가 항상 옆에서 챙겨주셨기 때문이다. 그땐 그게 감사하단 걸 알면서도 익숙해져 버린 탓에 당연한 일상처럼 느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우린 어린 시절부터 공부가 제일 중요하다는 부모님의 신념하에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그렇다 보니, 공부 이외 다른 것들 예를 들어 집안일 같은 일은 부모님 특히 엄마가 해주시는 게 당연한 듯이 받으며 살아왔다. 제대로 된 자취 경험 없이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했던 나는 결혼을 하고 내 집안 살림을 꾸리면서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걸 조금은 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덧붙여 내 자식들에게는 이런 부분들까지도 교육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며 함께 하고 가르쳐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무튼 난 이제 자기 전이면 내일도 알콩이(태명)가 배고파할 텐데 어떤 음식을 어떻게 건강하게 챙겨 먹을지가 항상 고민이다. 메뉴 고민하지 않아도 맛있게 차려져 있던 엄마의 따뜻한 밥상, 종종 반찬투정까지 해가며 안 먹는다고 칭얼거린 나의 부끄러운 과거들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해 봐야 깨닫게 된다.


최근에 차려먹은 건강한 집밥, 요즘은 삼겹살이 매일 먹고싶다.

 셋째,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2022년 3월 19일, 오늘부터 1일이라고 달력에 기재하며 현재 남편과 나는 공식 커플이 되었다. 그렇게 1년 3개월 정도 연애를 하다 2023년 6월 8일 내 생일 기념으로 다녀온 대만 가오슝 여행지에서 생일 밤 저녁을 먹고 돌아와 호텔에서 정식 프러포즈를 받았다. 이 프러포즈에 대한 이야기도 나름의 에피소드가 있어 따로 글을 써볼 예정이다. 결혼하기 전 우리는 만나면 풋풋한 설렘과 불붙는 뜨거움이 공존하는 연애를 했다. 주말마다 별일이 없으면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만났고, 평일에도 시간이 될 때면 퇴근 후 종종 데이트를 했다. 우린 데이트 코드가 참 잘 맞았다. 둘 다 운동을 좋아했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곁들이며 이런저런 대화를 한참 나누곤 했다. 먹는 취향, 대화 코드, 운동(헬스, 골프)이라는 공통된 취미 생활, 그리고 속궁합까지 난 오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항상 즐거웠다. 그렇게 연애할 때 우린 자주 만나고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해도 헤어질 때가 되면 아쉬웠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면 오빠의 출근이 반가울 때가 있다. 결혼해서 내 마음이 달라진 게 아니다. 마음은 더 깊어졌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연애할 때는 서로 각자의 집에 가서 다음 만남을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개인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결혼은 같은 집에 있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오빠가 출근하는 날이 오면 오빠의 출근이 좋다. 물론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나를 보러 일찍 와주는 남편이 고맙고 하루 종일 떨어져 있다 보면 남편의 퇴근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같이 있으라고 하면 그건 힘들 것 같다. 특히 나는 은근 독립적인 성향이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대단히 힐링을 하기도 한다. 마치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처럼.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남편이 출근한 사이 혼자만의 힐링을 하고 있다. 


 우리 아빠는 한평생 사업을 하셨다. 그래서 출퇴근이 유동적이셨고 집에서 일을 보실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엄마가 나에게 꼭 했던 말이 있다. "넌 꼭 일찍 출근해서 저녁때쯤 퇴근하는 남자 만나라." 그땐 그 말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한편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남자친구랑 헤어지는 순간은 매번 아쉬운데 결혼해서도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면 그게 너무 아쉽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결혼을 해보니 정말 진리의 말씀이었다. 난 여전히 오빠를 연애 때 보다 더 깊게 사랑하지만, 출퇴근하는 오빠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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