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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꿘새댁 Jan 12. 2024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

꿘새댁의 진솔하고 리얼한 그리고 비밀스러운 솔직 토크

 어릴 적부터 나는 말을 잘한다는 칭찬을 줄곧 받아왔다. 논리적이고 명확하며 설득력이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평가. 스스로도 내가 말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고 말하기를 좋아했다. 반면 나는 글쓰기에는 영 흥미가 없었고 독서를 즐기지도 않았다. 글쓰기와 독서보다는 이 세상에 즐거운 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나는 굉장히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다. 가만히 앉아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나가서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이런 나의 성향은 성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집은 나에게 자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주지 않았다. 회사 생활, 운동, 주변 사람들과의 약속 등 다양한 형태로 나의 에너지를 외부에서 소모하고 돌아온 집은 그야말로 씻고 자는 공간에 불과했다. 혼전임신을 하고 결혼하기 전까지는. 


 나는 2023년 10월 8일 결혼해서 오늘로써 결혼한지 100일도 되지 않은 새댁이다. 2023년 7월 23일 일요일 아침 8시경 나는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임신을 알게 된 순간에도 현재 나의 남편은 내 옆에 있었다. 두 줄이 선명한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 나는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 아직 결혼도 하기 전인데 임신이라니..!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고 내가 그동안 해왔던 것들과 앞으로 할 예정이었던 나의 계획들이 파노라마처럼 쭉 지나갔다. 그렇게 나는 한순간에 임산부가 되었다.


 일요일 하루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그날 저녁 내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엄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나는 엄마와 어린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때로는 엄마와 다투기도 했지만 엄마와 나는 가장 가까웠고 깊은 대화를 종종 나눴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입버릇처럼 엄마에게 했던 말이 있었다. "엄마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엄마에게 제일 먼저 사실대로 다 얘기할 거야." 그렇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을 난 실천 했다. 적잖이 충격적인 사실을 당일 저녁 바로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엄마는 차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눌러 담는 표정으로 나에게 "실망했다"라고 답변했다. 20살 이후에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내가 10대 사춘기 시절 이후 정말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그리고 난 대답했다. "내일 산부인과 바로 가볼 거야. 분명 지금은 극 초반이라 내겐 아직 선택권이 있어."


 그렇게 월요일이 되자마자 난 산부인과를 가는 시간만을 기다렸다. 최대한 빨리 퇴근하고 오겠다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의 퇴근시간만을 기다리며 마인드컨트롤하기 위해 혼자 카페에 가서 빵을 잔뜩 주문했다. 그렇게 유독 긴 하루를 체감하던 중 나의 고등학교 베프이자 최근에 아들을 출산한 친구가 내 소식을 듣고 육아를 잠시 친정어머니께 맡기고 달려 나와줬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나는 친구에게 임신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고, 친구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혹시 모르니 엽산은 챙겨 먹으라며 영양제를 챙겨주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와 빵을 먹고 시간을 보내며 유독 길게 느껴진 하루에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다.


 드디어 남편이 퇴근했고, 우린 만나자마자 산부인과로 직행했다. 이런 이유로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건 난생처음이라 오만가지 생각과 감정이 들었다. 산부인과에 도착했고, 다행히 대기가 많지 않아 금방 진료실에 들어갔다. 산부인과 도착하자마자 이런저런 설문을 작성하였는데, 결혼 전이라고 하고 아직은 출산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하니 진료실에 혼자 들어오라고 했다. 혼자 들어간 진료실에서의 기억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내 예상이 모두 착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있었다.


 초음파를 보더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기집이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기집이 보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고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을 했다. "제가 임신한 지 얼마나 된 건가요? 2~3주 정도 된 것 같은데 맞나요?" 의사 선생님은 그런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6주~7주입니다. 다음 주 정도면 아기 심장소리가 들리겠네요."라고 설명해 주셨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나의 착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너무나 명확한 답변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셨다. "산모님은 쌍각 자궁이세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쌍각 자궁은 자궁의 공간이 두 군데로 분리되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혹시나 수술을 결정하셔도 한 번에 성공할지는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진료가 끝나고 산부인과를 나와서 나름 잘 컨트롤하려고 노력하던 내 감정은 현재 남편에게로 폭발했다. 생리를 안 한다고 불안해할 때마다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키던 모습들이 떠오르며 너무나 불공평하고 괘씸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주 정도면 아기 심장소리가 들린다는 말에 내게 선택권이 없어졌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버거웠다. 아기 심장소리가 곧 들릴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은 내게 매우 크게 다가왔다. 나의 착각과 고민에 대한 강력한 한방이었고, 그렇게 나는 내 마음의 준비와 별개로 엄마가 되었다.


 ISTJ 성향의 나는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과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계획적으로 다음 일을 추진했다. 우리는 두 달 반 만에 모든 결혼 준비를 마쳤고, 23년 10월 8일 일요일 저녁 오후 6시 로망 하던 나이트 웨딩을 했다. 당시 나는 16주 임산부로 식장에 들어갔고, 나름 그동안 해왔던 꾸준한 운동 덕분에 임산부티를 최대한 내지 않고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임신 중기 임산부이다. 이제는 배도 많이 나와서 임산부 티가 역력하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알콩이(태명)가 건강하다는 말 한마디면 세상 모든 게 감사한 그런 엄마가 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나는 31살 23년도 하반기에 너무 큰 삶의 변화를 한 번에 겪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적응 중이다. 내가 결혼했다는 사실, 임산부라는 사실, 그리고 24년도 3월 태어날 예쁜 딸 알콩이의 엄마라는 사실. 이 모든 사실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하루하루 삼춘기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다. '삼춘기'는 '30대에 다시 겪고 있는 사춘기'라는 의미로 내가 만든 표현이다. 임신을 해서 호르몬의 장난인 건지 아니면 적응하는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혼란인지 매우 복합적인 이유로 나는 한 번씩 끓어오르는듯한 무언가가 올라오는 감정을 느낀다. 엄마가 갱년기를 심하게 겪었을 때 확확 열이 오른다고 했었는데 마치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가 격해지는 날이면 우울함과 알 수 없는 현타가 나를 뒤덮었다. 마치 추적추적 비 내리는 햇살 한 점 없는 그런 어둑한 하늘처럼.


 그래서 나는 그런 나의 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일기를 쓰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영풍문고에 가서 내 성향과 가장 잘 맞아 보이는 깔끔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다이어리를 한참을 보고 골랐다. 기왕 다이어리를 새로 사면서 예쁜 펜도 사고 싶어서 글씨가 제일 예쁘게 써질 것 같은 펜을 몇 번을 고심하며 골랐다. 그리고 제목이 유독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같이 사 왔다. '감정은 사라져도 결과는 남는다'라는 책이었다. 이해인 작가님이 지은 이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렇게 나는 마치 매우 흡족한 쇼핑을 한 것처럼 조금은 풍족해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일기를 쓰던 습관이 없던 사람이라, 다이어리를 사고도 며칠이 지난 후에 나는 첫 일기를 썼다. 그리고 그날 일기를 다 쓰고 나니 깨닫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쓰는 걸 지루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씨를 쓰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최대한 손이 편해 보이는 펜을 샀지만 오랜만에 빼곡히 한 페이지 일기를 쓰고 나니 손가락이 아프고 손에 쥐가 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일기를 쓰며 내 마음을 표현하는 그 행위 자체는 생각보다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마치 내 안의 모든 감정을 자유롭게 쏟아낼 수 있는 안식처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일기'라는 새로운 삶의 습관에 대해 나름 만족하며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 글쓰기를 좋아하고 그런 쪽으로 재능이 많은 친한 언니가 마침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자신의 여행 이야기에 대해 쓴 글을 보여 주겠다며 브런치 링크를 공유해 주었다. 그때 나는 뭔가 번쩍이듯이 결심했다. 종이와 펜으로 작성하는 일기가 아닌, 브런치를 시작하겠다고! 


 앞으로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리얼하게 그리고 비밀스럽게 담아낼 이 공간이 벌써 소중하고 기대가 된다. 때로는 주저리주저리 길게,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매우 짧게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내 이야기를 하겠다. 


 브런치, 내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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