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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꿘새댁 Jan 12. 2024

임신, 나는 상상이 안가!

예비 딸맘 꿘새댁의 임산부 일기

 월요일, 남편이 출근을 했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어떠한 것도 의식하지 않고 내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예정이기 때문에 딱 두 사람에게는 내가 브런치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할 예정이다. 바로 엄마와 남편이다. 나와 가장 가깝고 나를 제일 사랑해 주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 이야기에 자주 등장할 사람들이라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할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출근해서 집에 혼자 있는 날은 내가 글을 쓰기 가장 적합한 타이밍이다. 오늘 오전에 임산부 요가 수업을 다녀오면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볼지 고민을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서가 아닌, 반대로 너무 많아서 '오늘' 어떤 이야기를 써볼지에 대한 고민이라 참 다행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듯이 오늘 나의 고민에 대한 정답도 매우 가까이 있었다. 최근 임당 검사(임신 당뇨 검사의 줄임말)를 마치고 이젠 임신 후기를 바라보는 임산부가 되었으니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혼전 임신을 하고 두 달 반 만에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한 달 동안 타이트하게 스케줄링된 청첩모임이었다. 10월 초 결혼을 앞두고 모든 청첩 모임은 8월 말부터 9월 말까지 모여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9월은 너무 힘든 한 달이었다. 추석 전까지 모든 청첩 모임을 끝내는 것은 마치 하나하나 퀘스트를 깨는듯한 느낌이었고, 동시에 신혼집으로 이사하며 신혼살림이 하나하나 세팅되는 모든 과정들은 정말이지 피곤했다. 임신 초기라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수시로 잠이 와서 쏟아져 나오는 하품을 감추려고 최대한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열심히 청첩 모임 퀘스트를 깨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이 있다.

"네가 결혼하는 것보다, 임신한 게 더 신기해. 나는 아예 상상이 안가."

아직은 내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은 많아도 임신한 친구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이런 반응은 매우 당연했다. 결혼했지만 아직 임신전인 친구들은 마치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를 담은 표정이었고, 결혼하지 않은 싱글 친구들은 아직은 내 관심사가 아니고, 아예 먼 미래라는 생각을 담은 표정으로 비슷한 유형의 말들을 했다.


 돌이켜보면 난 누구보다도 결혼과 임신에 대해 당장의 내 주요 관심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사람이다. 결혼도 하고 싶고 엄마도 되고 싶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34살이나 35 정도였다. 그런 내가 31살에 결혼과 임신을 다 하고 보니, 나의 경우 이 모든 것들은 내 마음의 준비와 별개로 어느 한순간 그렇게 되어 있었다. 혼전 임신 다음은 결혼이었고, 지금 내 인생이 이렇게 격변한 이유는 결혼 보다는 임신 때문이다.


 임산부가 되고 나니 어떤 것이 가장 큰 변화일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 인생은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나의 주요 관심사부터 하루를 보내는 루틴까지 모든 게 변했다. 5년 차 온라인 패션 MD로 근무하며 패션 쇼핑몰을 운영했던 나는 소위 말해 투잡러였다. 젊음의 열정이 시키는 대로 '시간은 돈'이라는 신념하에 잠도 줄이며 치열하고 뿌듯하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 시절 나의 주요 관심사는 '패션'이었다. 회사에서 아무리 옷을 보고 와도 질리지 않았고 퇴근 후에는 MD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이라면서 자기 전까지 각종 패션 아이템을 보다 잠들곤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 유튜브를 켜면 요리, 집안일, 리빙, 육아 관련 영상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제 나의 하루는 오늘은 알콩이(태명)를 위해 어떤 음식을 건강하게 챙겨 먹을지, 나의 컨디션은 어떤지, 오늘 꼭 해야 되는 집안일은 어떤 게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다.


임신이란 너무 큰 축복이고 행복이다. 모두에게 축하받아 마땅한 그런 행운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혹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런 아픔이기도 하다. 난 내 삶의 변화에 대해 적응이 안 되는 순간이 올 때마다 아직은 내가 온전히 체감하지 못하는 이 행복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 되뇐다. 그리고 한편 태동이 느껴질 때마다 알콩이가 태어나면 내 삶이 얼마나 더 크게 바뀔지에 대해 궁금하면서 기대되고 두렵기도 하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알콩이의 초음파 사진 다이어리

 오늘 아침에 요가를 가기 전 옷을 갈아입으면서 새삼 많이 나온 내 배가 신기해 한참을 쳐다봤다. 유독 뱃살이 없던 체형이라 생에 처음 보는 허리둘레였다. 내 배가 이렇게까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과연 예전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가 한편 우리 알콩이가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드니 또 안심이 되기도 했다. 참 복합적인 감정의 연속이다. 


 누구보다 임신한 나에 대해 상상해 본 적 없고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로써, 나는 결혼보다 임신한 사실이 더 신기하다며 임신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내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마음의 준비가 돼서 임산부가 된 게 아니야. 어느 날 아기집이 보이면 그냥 그날부터 임산부가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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