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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무엇을 할까’가 아니라 ‘누가 할까’의 문제다

by 권상민

IT스타트업을 창업한지 6년이 지났다.

나는 전형적인 대기업 출신의 창업가였다.

한화생명, 삼일회계법인, 삼성화재

미국보험계리사(ASA)로서 세 회사를 경험했다.

그리고 나서 마이크로프로텍트라는 현 회사를 창업했다.

나의 창업 경로가 일반 직장인에서 IT스타트업 창업이라는 방향으로 이어지다 보니 많은 질문을 받았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어떻게 지금 그 방향(업종)을 선택하셨어요?


창업 아이템에 대한 질문이었다.

평범한 40대 중년의 아저씨 지인들이 역시 관심이 가장 많았다.

창업 어떻게 해야 해?

무슨 업종으로 해야 해?


올해 초에 나도 내 홈페이지를 워드프레스로 만들기 위해서 워드프레스 강의하는 곳을 다녀왔다.

그 곳에는 수백만원을 내고 워드프레스를 통해서 내 홈을 만들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오신 수백명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자기 홈을 만들고 활성화한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은 10%가 안되었다.

90%의 사람들은 강의는 듣되 적극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무엇을 팔아야 할지 몰라서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몰라서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의지는 있는데, 잘 실행을 못한다.

독서 관련 강연자들은 그래서 제발 오늘 한 쪽만이라도 책을 읽으시라고 이렇게 말씀하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사실 창업을 시작한지는 6년이 되었다고 했지만,

창업을 준비하는데 꽤 오랜 시간을 들였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는데 삼성화재 같이 거대한 회사에서 한 부속품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첫 트리거였다.

창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까 강의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내가 똑같았다.


‘창업은 해야 하겠는데, 무엇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


아니, 난 그때 이런 생각이 더 들었다.

내가 지금 창업을 한다면,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이 일을 한다면,

정말 목숨 바쳐 일 할 수 있는데,

부속품으로 살기 싫었는데,

정말 내가 남은 내 인생을 걸 수 있는 그 일이 없나?


의욕은 많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방향을 못 잡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창업을 결심하고 무려 1년 7개월이 걸려서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리고 그 1년 7개월동안 책을 200권 정도 읽었다.


분명히 절박한 나인데,

이렇게 살면서 서서히 달아오르는 냄비속의 개구리로 죽고 싶지는 않은데,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잠시는 도움이 되겠지만

위의 내 상황은 좋은 직장, 안정적인 현금흐름, 다 포기하고 남은 내 인생을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내 인생을 검색 및 유튜브의 조언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정말 처음에는 유명한 기업인의 책부터 봤다.

현대 정주영, 삼성 이병철, 유한양행 유일한

거대한 기업인들의 책을 보고 생각도 얻어보려고 노력했다.

다양한 기업가들의 책을 읽고 나서 특히 도움이 되었던 부류의 책들이 삶과 죽음에 대한 책들이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같은 죽음 직전에 기술이 된 책들을 10여권 읽었다.


그때의 나를 기억해보면,

‘이 일을 하다가 죽어도 좋은 일을 해보자’로 생각이 귀결되었던 것이었다.


창업 아이템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라는 분들에게는 나의 이 과정을 짧게 요약해 드린다.


맞습니다.

창업 아이템 선정은 원래 어려워요.

그게 하루 아침에 나오면 누구나 하겠죠.

그리고 이 과정을 위해서는 당신 자신을 알아야 해요.

치열하게 당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꼭 해야 합니다.

제가 1년 7개월동안 수없이 많은 책을 읽고, 나에게 대비해보고 계속 버렸듯이.


요즘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는 계속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주입하려고 하는 것이 있다.


거품은 빼자.

솔직하자.

정말 중요한 것만 말하자.

본질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내가 무엇을 팔면 좋을지,

내가 어떤 아이템에 내 인생을 걸 수 있는지,

내가 오늘 이 일을 하다가 교통사고 나서 저녁에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지,


이제는 나를 정확히 알고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


6년 정도 사업도 해보고,

직원이 100명넘는 경험도 해보고,

다 이렇게 돌아보니

아직도 갈 길은 구만리처럼 멀었지만 꼭 이렇게 요란하게 거창하게 사업을 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고 느꼈다.

1인 사업가이면 무엇이 문제인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중이면 무엇이 문제인가?

내가 현재 재직중이라 불가피하게 적은 두어야 하지만, 내 아이템을 가볍게 테스트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왜 사람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것이었는지.

잘했다고 느낀 점도 있지만, 정말 지난 6년의 시간동안 후회되는 부분은 몇 배로 많다.


그 중 가장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내 가슴, 내 머리를 깊이있게 살펴보고 대화를 나눠서 창업 아이템을 꺼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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