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 본가인 의정부에서 차례를 마치고, 양주에 성묘를 다녀왔다.
그리고, 바로 운전대를 잡고 처가인 경남 고성으로 향했다.
운전시간 9시간 40분.
내 인생에서 가장 기록적인 운전시간이다.
9시간을 넘게 운전하면서 30분간 한 번 쉬고, 화장실 잠시 한 번 다녀온 것이 전부였다.
일단, 내 인내심이 이 정도로 높아졌는지… 나도 놀랐다.
옆에서 보고 있던 와이프는 나에게 더 놀랐다.
그리고 두 딸 아이들이 두 세번 자면서 가기는 해줬는데 크게 힘들어하지 않고 끝까지 잘 참아줘서 그런 모습에 나와 와이프가 함께 놀랐다.
장시간 막히는 구간을 운전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왜 오늘 나왔을까? 후회는 당연 있지만
그래도 이런 경험도 한 번은 해봐도 되는 것 아닌가? 특히, 나 개인으로도 ,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늘 편안한 삶만 추구하지 말고, 이렇게 돌아가는 길도 있다는 것도 알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거의 10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도착했을 때 처갓댁 어른들께서도 좋아하실 모습도, 아이들도 기분 좋아할 모습도 그려졌다. 그런 작은 설레임이 이런 상황에서도 힘이 나게 해주는 동인이 되어준다.
막히는 구간이 시작되고, 네비게이션을 보면 이미 예측은 된다.
아! 30분 이상이겠구나.
이번 것은 좀 길겠구나.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미 마음가짐을 막힐 것을 알고 출발해서 그런지 별 동요가 없었다.
어차피 닥칠 어려움은 알고 있다.
사업하면서도, 어떤 관계에서도.
집착하지 않고, 안되면 안되는 것을 인정하고 다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시간 운전을 할 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된다.
나와 와이프는 둘 다 보험계리사로서 같은 업종에서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내가 와이프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와이프 역시 내가 창업한 보험 스타트업 및 이쪽 동네 생리를 상당히 이해하고 있다보니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생각도 이야기 해준다.
이제 어느덧 40대 중년이 되어서 조금씩 나이가 더 들어가는 것이 확연히 느껴지는 이때 몇 시간을 이렇게 와이프와 이야기 나누면서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참 감사하다고 생각을 했다.
우리 삶이 그런 것 같다.
명절을 지내면서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생각하고, 어르신들을 생각하다보면.
점점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 처갓댁 어른들을 보면, 훗 날 우리 어른들도 돌아가시고 나도 그렇게 가겠지라는 생각이 또 한번 든다.
무엇을 위해서 지금 달리고 있나?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어떤 방향을 알려줘야 할까?
아니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은 맞나? 내가 과연 아이들에게 제대로 말을 해줄 수 있는 것은 맞나?
한 참 운전하다가 가족들이 잠시 잠들고 쉴 때면, 혼자서 이런 다양한 상상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딱히 음악을 켜지도 않고, 조용히 생각하면서 운전하다 보니 정말 이런 명상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
아직 명절연휴가 많이 남았는데,
지금 눈 앞의 이 시간에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 하고 좋은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좋은 구경, 좋은 경험 더 많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