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크게 둘로 나뉜다.
누군가 만든 시장을 따라가면서 더 나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시장에 낸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가 본인의 오랜 경험, 시장에 대한 감각, 고객 니즈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다.
누군가 만든 것을 따라가느냐? 신시장을 개척하느냐?
사실 당연히 따라가는 것이 편하다.
내 경우를 예를 들면 신시장을 개척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정말 큰 비용과 많은 이의 영혼, 피땀이 들었다.
2021년 3월에 전혀 다른 개념의 실손 의료비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내가 차별화한 포인트는 상법에 쓰여진 대로 최근 3년간 병원비는 전부 청구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청구 가능한 영수증 등의 자료를 잃어버렸거나 안 받았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병원, 약국 10만개 밖에 안되니까 이 10만개를 전부 연결해서 고객이 앉아서 편하게 최근 3년간 안 간 곳을 선택하고 우리가 거기서 영수증 등을 받아서 보험사에 낸다.
이런 개념을 가지고 시작했다. 어느 덧 4년 반이 지났고, 이 서비스를 매월 유료로 신청하는 고객이 2만명~3만명 가까이 되었다. 이제야 어느 정도 활성화 되었구나 싶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이 서비스에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이 100억이 넘게 들었다.
4년 반의 기간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었고, 또한 초보 사업가로서 엄청난 시행착오를 계속 했다.
말 그대로 이 산 인줄 알고 올라갔더니, 여기가 아닌가 보다 하고 다 같이 다시 하산하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고작 10만개밖에 안되는 병원과 약국을 연결하면 되겠네라고 초보 창업가로서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은 4년이 지난 지금 겨우 3만개 정도 연결한 상태이다.
나는 그나마 2019년에 사업을 시작해서 투자도 잘 받을 수 있는 시절이었고, 정부 지원사업금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자금 100억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있는 인슈어테크(보험 스타트업) 씬에서 왜 혁신적인 서비스가 더 만들어질 수 없는지 위의 이야기로 갈음이 된다.
그러니, 누가 만든 것, 보험회사가 만든것 등을 대부분 따라하는 형국이다.
어제 유현준 건축가님의 영상을 봤다.
‘비트코인을 보면 강남땅값이 떠오른다.’
내가 암호화폐, 비트코인 등을 한 번도 거래를 해 본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했다.
강남이라는 땅이 2차원적인 평면으로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철근과 콘크리트를 대변하는 건축과 맞닿아서 3차원적인 공간으로 변했고 높이 건물을 지음으로서 현재 평당 수 억원의 가치가 된 것을 누구나 인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비트코인은 현재 2100만개의 희소성과 함께 정부가 독점하던 화폐로서의 기능을 벗어나서 다른 차원으로 무궁무진하게 열릴 것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강남 땅값과 비교해서 설명한 것이다.
이 영상을 보고 나서 나도 참 오랫만에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백지에 그려봤다. 당장 사업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유현준 건축가께서 말했듯이 혁신적인 사업가들은 이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말씀을 듣고 나서였다.
지금 금과 같은 희소성으로 대변되는 비트코인, 게다가 전자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화폐로서의 기능까지.
이 비트코인을 가지고 보험사업쪽에서는 어떻게 전세계적으로 진도가 나갔고, 앞으로 새로운 방향을 갈 수 있는것일까?
현재까지 끝없이 우상향하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봤을 때, 떨어질 염려만 없다면 종신보험으로서 보험금 대신 비트코인을 주는 것은 확실히 고객에게 어필할 것이다. 게다가 보험계약자와 보험금 수익자가 다를 경우 상속세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비트코인을 이용함으로써 그것을 교묘히 피해갈 방법이 있다.
변액종신보험, 변액연금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가능하겠고 리스크 헷지를 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 있다면 해볼만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1비트코인의 1억분의 1을 1사토시라고 한다는데, 고객에게 건강한 행동을 유도하게 하고(걷기) 1사토시, 10사토시등을 줌으로써 고객과 보험상품공급자가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전세계적인 비트코인의 희소성, 기대감, 전자화폐의 기능을 가지고 잠시 백지에 그려보니 가능성은 몇 가지로도 해볼만하다고 보인다.
다만,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금융상품으로서 정부의 승인을 받고 실제화하려고 하면 대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싶다.
내가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창업자로서의 감각유지라는 관점이었다.
나 역시 관성에 젖어서 살고 있지 않았나 싶었다.
혁신적인 서비스는 끊임없이 만들 수도 없다. 한 번 서비스가 시장 반응에서 성공하고 기틀을 잡고 나면 이것이 제대로 상품화 되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과 조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6년의 사업을 운영하는 기간동안, 머리를 비우고 백지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본 적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 많지 않다.
현안에 몰두하고, 몰입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